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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사랑의 메신저 운동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사랑의 메신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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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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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영 포천중문의대 교수

지난 7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아이들 8명이 분당차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어린이 심장병은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을 만큼 완치율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수술 자체는 복잡하고 어려워서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병약하게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하다.

임창영 교수가 해외동포 심장병 어린이들의 실상을 듣고 지나칠 수 없었던 것도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어린이 심장수술의 영향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10년간 120명의 어린이에게 새생명을 찾아줘

임창영 포천중문의대 교수(분당차병원 심장센터)가 중국 연변·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동포 어린이들의 심장수술에 나선 것은 10여년 전인 1998년 시작됐다. 당시 임 교수는 국내 무의촌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의료팀을 꾸려 1년에 50여 곳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언제나 새로운 길을 열어두고 있는 것처럼 한국청년회의소를 통해 심장병을 앓고 연변 동포 아이들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해외동포 아이들에게 관심을 돌리게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 의료상황도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연변에서 심장수술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대도시로 나가 수술을 받는 것도 금전적인 문제, 연변에서 베이징에 가려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임 교수는 한국청년회의소와 함께 중국을 찾았고 98년 15명 심장병 어린이들의 무료 수술을 시작했다. '사랑의 메신저 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현지와 긴밀한 협조로 수술 지원 시스템 갖춰

1998년 중국 연변 심장병 어린이 무료수술로 시작된 '사랑의 메신저 운동'이 만 10년을 넘기고 있다. 그간 해외 동포 심장병 어린이 88명, 국내 어린이 32명에게 새생명을 선물했다. 해외동포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심장수술을 해주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중국 제2인민병원, 우즈베키스탄 국립소아병원 등의 현지 협력병원을 선정해서 심장병으로 의심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1차 검사를 실시해 수술 받을 후보군을 정한다. 현지 병원을 통해 보통 100여 명의 아이들이 선정되면 임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분당차병원의 의료진이 현지를 방문,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2~3명의 심장전문의가 100여 명의 아이들을 이틀 동안 정밀 검진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수술 받을 아이들이 선정되면 이제 법적인 절차를 처리해야 한다. 아이들과 가족, 인솔자 등이 입국하는 처리를 끝내는 것도 두세 달이 걸리는 큰 일이다. 오히려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고 초기 회복을 확인하는 과정이 수월할 정도다.

▲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과 함께 한 임창영 교수.

해마다 후원금 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실

심장 수술은 어떤 진료과, 어떤 수술보다 전문적이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 모든 신체 장기와 관련된 심장이기에 각종 분야별 전문의들이 동참해야 한다. 게다가 수술실과 의료진이 확보되어도 수술에 필요한 고가의 수술 재료들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한 두 명의 힘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임 교수가 '사랑의 메신저 운동'을 10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의료 물품을 후원받고,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억대에 이르는 수술비를 차병원재단을 통해 지원 받았기에 가능했다. 물론 어떤 대가 없이 수술에 동참해준 동료 의사들의 도움도 사랑의 메신저 운동을 가능하게 한 큰 힘이다.

사업초기 임 교수는 병원재단, 한국청년회의소와 별도로 개인적으로도 사업비 후원금 모금을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결과 분당에 위치한 공사, 사회단체 등을 통해 일정부분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해마다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사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후원 규모가 줄어 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좋은 일도 사업을 진행할 예산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 병원 재단측에서 '사랑의 메신저 운동'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지만, 모든 사업비를 재단측에 의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무료 수술비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복용할 약을 지원해줄 후원금 모금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중앙아시아 중심으로 지원 국가 확대할 예정

'의료 봉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취재때마다 의례 하는 질문이지만, 임 교수처럼 덤덤하게 무반응인 경우도 참 드물다.

"'보람을 느끼느냐, 건강해진 아이들을 본 감흥이 어떻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 데요. 보람이라… 글쎄요. 제가 처한 상황,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료봉사로 만나는 아이들도 같은 환자들이에요. 그러니 역시 감회가 특별히 다를 것은 없지요.

어느 환자를 만나 건 최선을 다하고, 완치를 바라는 마음은 같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잘한 일이고 한다면 3~4세대 해외동포 아이들이 한민족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는데, 작은 일이나마 한민족이라는 느낌을 전해줄 수 있었던 것 정도가 아닐까요?"

임 교수는 인터뷰 직후인 8월말 몽골로 대민지원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임 교수가 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심장병 아이들을 봐달라는 요청이 곳곳에서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의료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 현지 시스템이 갖춰지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원 국가를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몽골에서 심장병 아이들과의 조우가 임창영 교수에게는 당연하게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로 다가오리라 짐작해본다.

글-류상미 / 사진 제공-분당차병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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