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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름으로 승부한다<서울속편한내과의원>

남다름으로 승부한다<서울속편한내과의원>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8.12.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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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전문네트워크..내시경 후 '죽'서비스 '속편해요'

'불황을 뚫는 의료기관은 없을까.' 주위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공통분모로 '속편한내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취재차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4시 기자가 방문해보니 과연 병원 대기실은 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 서울속편한내과에서 자체 개발한 내시경 소독용기. 내시경을 하는 틈틈이 소독할 수 있다.김선경 기자
그런데 대기시간이 꽤 긴데도 그다지 불만스러운 표정의 환자는 없었다. 비행기를 타면 중간에 승무원들이 음료서비스를 하듯이 이곳도 오전과 오후 각각 한번씩 차와 캔디를 환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었다.

5명의 원장이 공동개원한 이곳은 하루 평균 내시경 100건·초음파 40~40건·CT 15건·외래환자는 400~500명 수준.

서울속편한내과의원의 설립 멤버이자 원장들 중 가장 시니어인 송치욱 원장은 "긴 대기시간만큼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며 "그래서 직원들이 대기시간에 음료서비스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시행해봤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영양사를 고용해 대기 중 영양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특별한 게 몇가지 더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죽 서비스'. 금식하고 온 내시경 환자에게 따끈한 죽을 대접한다. 동행한 보호자에게도 커피·홍차·둥글레차 등과 함께 쿠키를 제공해 함께 들도록 한다.

샤워실을 설치한 것도 큰 특징. 대장내시경 등을 하는 환자는 젤이 묻은 상태로 속옷을 입을 경우 기분이 찜찜하다는 불편까지 배려했다.

특히 내시경 소독은 철저하다. 소독실을 따로 운영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검사 중간중간에 내시경을 담궈 소독할 수 있는 용기를 개발했다. 내시경을 하는 공간에는 전선을 모두 천장에서 내려오도록 해 발이 걸리는 사고도 방지하고 깔끔함도 더했다.

이들 대부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의원급이지만 대학병원에서나 할 만한 QI를 한다.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직원들은 팀별로 아이디어를 정리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려의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정교수로 재직하던 송치욱 원장이 개원을 결심한 것은 지난 2001년 4월 30일. 개원 이후 매년 병원 규모를 확장했고, 수익으로 '벤츠' 대신 '고가의 의료기기'를 사들였다.

이곳에는 1억 8000만원에 달하는 GE사의 초음파기 로직(LOGIQ)9이 3대, 대학병원에도 흔치 않은 1억 3000만원 상당의 올림푸스내시경 최신기종 MBI가 4대나 있다. 환자들도 좋은 기계는 알아본다고 했다. 의원급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식도내압검사기계도 있다.

송 원장은 "현재 직원이 40명 정도 되는데 5명의 원장을 중심으로 내시경팀·기획홍보팀 등 5개의 팀으로 나눠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며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의 큰 장점은 바로 직원들의 자존감이다. 2001년 개원 당시 입사한 직원들이 그대로 일하고 있다. 진료시간이 오전 7시 30분으로 좀 이르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반나절 오프를 주고 교대로 오후 5시에 퇴근하도록 배려한다. 급여도 비교적 후한데다 종합검진 횟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속편한내과'라는 명칭은 부산의 조성락 원장이 먼저 사용하다가 송 원장을 비롯해 4곳의 소화기전문병원이 뭉쳐 네트워크로 출범했다. 현재 전국 21곳 60여명의 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 송치욱 원장
"공동개원을 하려면 동기 의사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같은 의대를 나오거나 같이 수련받은 의사가 좋지만 수직적인 관계여야 합니다. 선배 의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갈등을 조정해야 하니까요. 동등한 입장이면 오히려 분쟁을 해결하기가 어렵잖습니까. 저희도 한 명 동기가 있었는데, 못 견디고 나가더라구요."

수익배분 문제는 공동개원의 가장 큰 적이다. 송치욱 원장은 "5명의 원장이 똑같은 지분을 투자해서 똑같은 비율로 이익을 분배하며, 진료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하게 배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두루뭉술한 게 공동개원 유지를 위한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그가 개원한 지역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내과 개원은 재래시장을 끼고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시장은 개방된 공간이고, 입소문 마케팅에 매우 유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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