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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우회로술 할때마다 95만원씩 손해
관상동맥우회로술 할때마다 95만원씩 손해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8.12.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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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 "흉부외과 근본적으로 수익낼 수 없는 구조"
흉부외과계 수가 1.5% 인상..."무슨 도움되겠나"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꼭 바꿔야 합니다." 답답한 흉부외과의 현실을 얘기하는 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의 말끝에는 이말이 입버릇처럼 붙었다. 전문병원이란 개념조차 없던 1980년대초 심장혈관전문병원을 표방하고 25년여를 운영하며 이상적인 전문병원의 모델로 세종병원을 키워냈지만 날로 추락하는 흉부외과의 현실을 호소하다 보니 생긴 버릇이다.

누구나 흉부외과의 위기를 말하지만 정부나 의료계의 지원은 더디기만 한 현실도 현장에 있는 그에게는 답답한 일이다. 특히 흉부외과의 세분야를 이루는 심장파트와 일반흉부파트, 폐파트 중 그가 맡고 있는 심장파트는 열악한 흉부외과 속에서도 더 열악한 분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고시한 흉부외과 관련 다빈도 수술 이익을 분석한 <표>를 들어 이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흉부외과 다빈도 수술 건당순이익 (2008년)>     %수가대비 비율

구분

 관상동맥우회로수술

 폐전적출술

 위아전절제술

수술수가

 138만6420원

 121만1790원

  61만9810원

인건비

 104만1240원(75.1%)

  76만5867원(63.2%)

  45만6060원(73.6%)

장비사용료

  26만2711원(18.9%)

  16만9816원(14.0%)

  12만2140원(19.7%)

치료재료비

 103만1757원(74.4%)

  16만4939원(13.6%)

  31만5660원(50.9%)

총비용

 233만5708원(168.5%)

 110만622원(90.8%)

  89만3860원(144.2%)

건당 순이익

 -94만9288원(-68.5%)

  11만1168원(9.2%)

 -27만4050원(-44.2%)

 심장파트의 다빈도 수술인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경우 책정된 수가가 138만6420원. 인건비와 장비사용료, 치료재료비 등의 비용을 다 합치면 94만9288원이 손해다. 외과 파트의 다빈도 수술인 위아전절제술이 수술 한건당 27만4050원이 마이너스인 것과 비교해도 손실액이 크다. 폐 분야의 다빈도 수술인 폐전적출술이 그나마 건당 11만1168원의 수익을 낸다.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경우 인건비와 장비사용료를 제외해도 치료재료비만 103만1757원으로 책정 수가의 74.4%에 달합니다.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혈관에 구멍을 내는 편치 하나만 20만원입니다. 수술 한번에 펀치만 2~3개씩 사용해요. 도저히 수익을 맞출수가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심장혈관 전문병원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장혈관병원을 표방하는 세종병원이 치과와 성형외과 등 16개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박영관 이사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도 정부가 적정수가를 보장하지 않아 병원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는 심장수술의 사망 정도는 수술실은 물론 중환자실에서 판가름난다고 확신한다. 중환자실에 대한 투자가 클 수 밖에 없다.

세종병원의 중환자실은 일반실 대비 15%로 종합병원 평균(7~8%)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원내 일반실에 비해 인건비는 10배, 장비투입비는 5배나 더 든다. 감염 방지를 위한 병상간의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중환자실 공간도 15㎡로 최고 수준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0㎡를 권장하고 있다.

한국심장재단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전국 61개 병원별 심장수술 성공률 평가(2001~2004년)에서 97.8%를 기록해 서울대병원(97.7%)과 삼성서울병원(97.0%)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문병원으로서 세종병원이 거둔 성과는 이처럼 놀랍지만 형편없는 수가가 발목을 잡는다.

한해 매출이 600억원인데 수익은 5억원 전후. 수익률이 1%도 안된다. 정부는 중소병원들의 전문병원 전환을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적어도 심장혈관 전문병원의 현실은 이렇다.

박 이사장은 올해 사재 12억원을 털어 세종병원 재단에 기부했다. "직원들한테 미안해요. 진작부터 백화점식으로 병원을 운영했으며 제2의, 제3의 세종병원을 지을 수 있었을 거예요."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흉부외과 수가를 1.5%, 외과 3.8%, 산부인과 2.7%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인상을 위해 135억원이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에 외과와 흉부외과 수술시 난이도가 큰 의료행위에 대해 추가인상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사실 1.5% 인상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요. 그래도 산부인과는 2.7%, 외과는 3.8%나 오른 것이 부럽죠. 흉부외과 관련 수가를 추가로 올려줘야 해요. 특히 흉부외과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심장파트가 살아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합니다."

서울의대를 1964년 졸업한 후 한평생을 심장 전문의로 살아온 박영관 이사장의 한탄은 한국 흉부외과의 열악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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