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다운 투자를…
투자다운 투자를…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12.1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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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학교수를 만났다. 요즘 제약 시장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교수가 대뜸 하는 말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얄밉다"였다. 임상시험 자료도 없는 약을 무조건 써달라며 밀어붙이는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 방식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 들어와서 이익만 쏙쏙 빼가고 투자하지 않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속이 쓰리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한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에 대한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기에 귀가 솔깃했다. 회사 규모도 규모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유명 기업이라 내심 얼마나 통큰 투자 전략이 나올까 기대도 됐다.

하지만 "5년내 매출액 2배 달성""한국 내 가장 존경받는 제약회사로 성장" 등의 회사가 앞서 내세운 거창한 문구에 비해, 뚜껑을 연 전략은 실망스럽다 못해 허탈한 수준이었다. 그 회사가 밝힌 투자는 '한국인 인재 개발'과 '임상연구 확대', '신약의 신속한(선진국과 동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를 과연 투자라고 부를 수 있을 지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의약품 임상시험이 소위 '돈이 된다'는 인식 아래 국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유치전이 치열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 임상시험(특히 3상 임상시험)을 '투자'라고 부르기에는 위험요소는 적고 이익은 크다.

극단적으로 보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시아 국가에서 약을 팔기 위해 어차피 해야만 하는 제약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가깝다. 인재 개발은 또 어떤가. 그 대상이 '한국인'일 뿐이지 유능한 인재 양성은 어느 회사나 해야 하고, 하고 있는 일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투자 전략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한국 기업은 좋고, 외국 기업은 나쁘다는 식의 편향적인 애국심에 호소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 시장의 비중이 아시아권은 물론 전세계 시장 규모에서 결코 작지 않음을 고려하면, 단지 임상시험을 많이 해드리겠다는 전략만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언론플레이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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