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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가 극복하려면 의사가 대안 제시해야

저수가 극복하려면 의사가 대안 제시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1.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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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진(대한전공의협의회장)

올해 건강보험 수가계약도 정부의 저수가 정책의 고수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와 얘기를 나눠보면 현재의 저수가-저부담 체계가 바람직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의료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지만, 막상 수가계약 단계에서는 저수가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저수가라는 체제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정부가 저수가 체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적정수가-적정부담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보험료 인상을 의미하고, 보험료 인상이 되었을 때 발생할 국민적 저항을 이길 만한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흔쾌히 돈을 내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이 시점에서 더더욱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인상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수가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사전작업들은 의사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 사람은 이득보다는 손해에 민감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더라도 필연적으로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그 선택을 주저하게 되며, 후에 그 일을 회고하게 될 때에도 이득은 기억 못하고 손해만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꼭 우리 의료현실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30분 기다리다 3분 진료 받고 나오면서 욕하지만 막상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면 그냥 기다리면서 보험료를 덜 내겠다고 하고, 또 나중에는 적은 보험료를 내는 이득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 긴 진료대기시간의 손해만 기억하며 계속 욕하는 현실 말이다. 

손해에 민감한 사람의 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지속적으로 인지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을 구하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는 현실은 현재의 저수가로 인해 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현실 때문이며,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환자실을 만드는 비용,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정확히 산출해서 얼마정도의 비용을 들이면 향후 몇 년 후 중환자실을 구하느라 돌아다니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는 정확한 대차비교표 및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국민이 느끼는 불편을 사안별로 정리해서 언론 등을 통해 이런 문제점이 제기될 때, 미리 연구해둔 것을 집중적으로 발표하여 그 시점에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드는 비용에 대한 이득을 체감할 수 있고, 의사들이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보건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하고 있음을 알려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없앨 수 있다. 

저수가체제의 극복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정책입안자라는 생각으로 국민보건체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홍보한다면 가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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