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지도 초안 의미
지놈지도 초안 의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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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전자 지도 초안이 발표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 마크로젠(대표이사 서정선)은 자체 확보한 총 9만6,768개의 한국인 BAC(박테리아 인조 염색체)를 24개 염색체별로, 지난 2월에 공개된 HGP(Human Genome Project) 지도에 일대일로 대응시켜 만든 한국인 유전자지도 초안을 완성했다고 6월 26일 공식 발표했다.

미국 벤처기업 셀레라사나 국제 컨소시엄 HGP가 인간 유전자 지도를 공개한지 꼭 1년만에 여러 후발 주자를 제치고 자체 기술력으로 유전자 지도를 발표한데 대해 국민과 언론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것도 일개 벤처기업이 내로라 하는 세계 각국의 지놈 연구팀을 제치고 유전자 지도 초안을 발표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붓고 있는 외국이 사정을 감안하면 한 벤처기업이 이뤄낸 성과는 단연 돋보인다.

의료계와 생명공학계에서도 척박한 연구 풍토를 이겨내고 유전자 지도 초안을 내 놓은데 대해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격려 속에는 더욱 연구에 매진하여 실제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았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초안 발표로 일반 국민들이 마치 한국인 고유 유전자가 있는 것처럼 착각할 우려가 있다며 성급한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한 개인의 유전자 서열을 결정하기 보다는 특정 유전자 수백 개를 대상으로 수만명의 한국인 개인단일염기변이(SNP)를 찾아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프로테옴(Proteome, 단백질 지도) 연구를 통해 인간 전체를 분자 수준에서 조명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앞으로의 연구에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간 지놈프로젝트가 건물의 골격을 잡았다면, 이제 벽돌을 쌓고 모양을 꾸미고 내용을 채워야 하는 실질적인 작업이 남아 있는 셈이다.
 
마크로젠 연구팀은 HGP가 인간 지놈 지도를 만든 방식과 같이 BAC을 이용해 1차적으로 지도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DNA를 잘게 잘라 약 10만개로 조각을 낸 후, 그 모든 조각의 끝 부분의 500개 염기서열을 확인하고, 생명정보학기술(Bioinformatics)로 이를 인간 지놈 지도와 비교해 나갔다.

마크로젠은 미국 벤처기업 셀레라사나 국제 컨소시움 HGP가 인간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한 것과는 달리 기능을 가진 의미 있는 유전자부분에 집중적인 연구력을 투입, BAC(평균 11만개의 염기로 구성)을 대부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마크로젠은 중점 연구질병을 당뇨병, 고혈압, 암, 골다공증, 천식, 면역결핍, 관절염 등 7가지 한국인 호발 질병으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약 1,500개의 유전자 기능 찾기 등의 연구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신규 단일염기변이(SNP)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2003년 실용화를 위해 팔을 걷고 있다.

이는 인간 유전자 3만5,000여개 중 먼저 가장 중요한 유전자 1,500개를 선정하여 기능 찾기에 들어감은 물론, 이를 상업화함으로써, 유전자 전쟁의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전략의 하나로 이해된다. 마크로젠은 2단계 연구를 통해 주요 유전자 부위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HGP데이터와 비교한 '한국인 유전자 염기서열 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실은 무엇보다 10만개에 가까운 BAC 클론을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체 확보했다는 것. 소수 제작에 그치거나 다량의 BAC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유전자연구에 꼭 필요한 BAC을 대량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유전자 연구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마크로젠은 금번에 확보된 BAC 클론을 이용하여 염색체 사전 이상징후를 진단할 수 있는 Genomic DNA Chip을 개발하고 실험용 생쥐에 이식하여 새로운 모델생쥐을 개발함으로써 유전자 기능 찾기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마크로젠이 BAC의 지도작성을 위해 채택한 BAC end Sequencing(말단 서열분석) 방식은 국내외적으로 지놈 크기가 큰 고등생물의 지놈 연구에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마크로젠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대용량 처리방식을 자체 개발하여 실제 연구에 적용함으로써 우리 나라 지놈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용량 처리방식의 도입으로 당초 예상했던 연구비용을 70%이상 줄임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높였다. 마크로젠은 작년 8월 국내최초로 알콜생산 산업미생물인 자이모모나스(Zymomonas mobilis) 염기서열 해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 지놈을 조합한 지도를 완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2개의 핵심 프로그램을 포함 모두 33개의 독자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마크로젠은 약 1Tera(200p 책 500만권 분량)의 지놈데이터는 물론 해외의 주요 유전자 연구성과 및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막대한 인적,물적,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인간 지놈 지도를 완성해 낸 셀레라사나 국제 컨소시엄 HGP와는 도저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한국의 벤처기업 마크로젠이 1년여만에 게놈 지도 초안을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효율과 집중이라는 서정선 대표이사의 투자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지놈 프로젝트에 맞서 '한국인 지놈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꾸준히 추진해 온 마크로젠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한국적 상황에 맞는 비용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셀레라사로부터 무작위로 DNA를 잘라 전자동 염기서열분석기(ABI3700)로 분석하고, 이를 컴퓨터의 능력으로 다시 붙이는 '랜덤샷건 방식'을 차용했으며, 연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HGP가 채택한 BAC 활용방법과 이의 End Sequencing(말단 서열분석) 방식을 채택했다.

마크로젠은 2000년 8월 자이모모나스 해독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 지놈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생명정보학기술(Bioinformatics)분야의 박현석 박사(영국 캠브리지대), 지놈 연구분야의 김형태 박사(미국 조지와싱턴대), 지놈 칩 분야의 이종호 박사(서울대), 대사체학 분야의 허기남 박사(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등을 새롭게 영입하고, 총 21명의 전담인력이 호흡을 맞춰 한국인 지놈 지도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1대에 10억원을 호가하는 전자동 염기서열분석기를 기존 3대에서 11월 2대, 12월 5대 등 총 10대를 확보하고 이를 풀가동 시켰다. 약 10개월 동안의 도전 끝에 1차 초안이 완성됐던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여된 총 투자비용은 인프라구축비용을 포함, 약 150억 규모. 당초 1단계 초안작업까지 250억의 투자비용을 계획했으나, 연구개발과정에서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개발에 성공, 투자비용을 선진국에 비해 75% 가량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대용량 BAC End Sequencing(말단 서열분석) 방식의 자체 개발, 분석의 질(Quality)을 선진국의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1/4의 비용으로 BAC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개발은 비용절감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서정선 대표는 "이번 연구는 셀레라 등 선진 지놈 데이터에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연구실정에서, 우리도 이제 한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스스로의 지놈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의미를 밝히며 "이젠 제약사나 연구소 등이 본격적으로 외국과 우리의 지놈정보를 이용, 특히 암 등 한국인 호발 질병연구와 신약개발에 힘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가적, 산업적 측면에서 지놈 연구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번 초안 발표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생명공학자들은 최근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골격(안)을 바라보면서 적지 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법안이 과학보다는 윤리적 관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생명연구 활동의 포괄적인 금지 내지는 규제를 통해 생명연구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자들은 인간복제 금지와 같이 시급히 규제해야 할 사항만을 정하되, 그외의 연구는 기존 법률 및 관련학회 규정을 통하여 위험요소들을 투명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 생명공학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좀더 여유를 가지고 제도적인 뒷받침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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