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고급 인테리어가 정답은 아니다
고급 인테리어가 정답은 아니다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8.10.09 12:2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개원의 정석…②인테리어·의료장비 선택

게재순서

①개원 자금조달의 체크포인트

②인테리어·의료장비 선택 요령

③입지선정 '연고지'에 매이지 말자

 

피부과 보드를 갓 따고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P씨. 앞서 개원한 선배들 의원을 돌아보고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진료실은 정말 '럭셔리' 그 자체였다. '이렇게 고급스런 진료실이라면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의료장비를 어디까지 사야할지도 고민이다. 아무래도 많은 의료기기를 구비해서 광고를 하면 환자가 많이 올 거라는 생각에 되도록 다양하게 갖추려고 한다. 아직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의료기기는 나중에 배우면 되겠다 싶다.

주위에서 흔히 겪는 사례다. 하지만 의료컨설팅 전문가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리는 경우이기도 하다. 특히 개원 자금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자.

 

인테리어는 포인트를 두자

인테리어는 개원할 때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강남에 개원하면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야 하고, 외곽지역이라면 덜 해도 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의료컨설팅회사인 리얼메디의 이창호 대표는 고급 인테리어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환자가 좋아하는 컨셉트를 가진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비용을 정하고 한곳에 집중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그 공간만은 환자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병원 전체를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환자가 많이 접하는 대기실이나 상담 공간·화장실 등을 특화하는 것이다. 나머지 공간은 깔끔하게 하면 된다.

닥터멤버스의 김태완 이사는 "개원할 때 주로 선배들 병원을 참고하는데 동선을 진료 효율성 위주로만 설계하고 환자 측면에서 신경쓰는 게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막상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면 AS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 이창호 대표는 "가장 분쟁이 잦은 만큼 AS 사항을 시공계약서에 세심하게 명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를 선정할 때는 경험이 많고 병원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김태완 이사는 "최근 건축법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돼 바뀐 부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보건소에서 허가가 안 나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에만 너무 매달리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평균 1억원 지출…A/S는 시공계약서에 꼼꼼히 명기

그럼 다른 의사들은 인테리어에 얼마나 지출하고 있을까. 초기 인테리어 비용으로 평균 1억원 정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개원 5년 이하인 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96명 가운데 '5000만원~1억원 미만'이 3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억원~2억원 미만'이 28.1%, 2억원 이상은 13.5%로 집계됐다. 많게는 4억원 이상을 지출한 경우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개원의 77.1%가 5000만원 이상을 개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지불하고, 41.6%는 1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다<그래프1>.

전문과목별로 보면 진료 특성상 넓은 공간이 필요한 외과 계열의 인테리어 부담이 높았다.

산부인과·정형외과·외과의원의 절반 이상이 초기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1억원 이상을 쓴 정형외과 의원이 83.8%인 반면 내과는 15.4%에 불과했다.

진료분야 정한 뒤 장비 구입해야

의료장비를 구입할 때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특히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진료할 것인가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의료기기를 들여놓아 두고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내과 전문의가 자신이 경험적으로 잘 아는 몇몇 의약품을 주로 처방하듯이 피부과 전문의는 자신에게 익숙한 특정 장비만을 쓰게 된다. 따라서 장비부터 여러 개 먼저 사놓고 진료분야를 확장하려는 생각은 버리자. 일단 꼭 필요한 장비를 사고 나중에 추가로 구입해도 늦지 않다.

의료장비 구입에 개원의들이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2억원 정도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설문대상 100명 가운데 '2억원 이상'을 썼다는 응답이 35.0%로 가장 많았다. '1억원~2억원 미만'은 29.0%,'5000만원~1억원 미만'은 25.0%였다<그래프2>.

역시 외과계열의 의료장비 구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정형외과는 100%, 외과는 60%가 2억원 이상의 자금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소아과의 60%는 5000만원을 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이창호(리얼메디 대표)

 "하드웨어 투자비중 너무 높다"

개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크게 인테리어·의료장비·입지 등 하드웨어와 운영·홍보 등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창호 리얼메디 대표는 "현재의 개원 형태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보통 개원자금은 서울이 5억원 정도, 지방은 3억 5000만원입니다. 이 중 60%는 하드웨어에 지출하고, 나머지 40%는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에 투자해야 합니다."

개원 직후 환자가 뜸해도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운영비는 물론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용을 미리 남겨둬야 한다. 이 대표는 "실제 원장님들을 상담해보면 개원자금 대출보다는 운영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고 더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미리 예산을 짜둔 운영·홍보 자금은 효과적으로 환자의 내원을 유도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휴먼웨어'에 파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해 중간관리자급 1~2명 정도는 헤드헌팅 등을 통해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채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의 효율적 경영에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고가의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한 사실을 환자들에게 알리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전문가인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장비 업체에서 만든 홍보물을 원내에 붙이거나 장비의 여러 성능을 장황하게 얘기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환자들은 이를 판별한 만한 의료지식이 없어 오히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이 경우 장비의 우수성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내용을 연관성 있게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 대표는 "그래도 장비의 성능을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싶다면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 '우리 병원의 의료시설 안내'라는 라벨을 붙여 대기실에 비치해두면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료기관에서 특화해서 진료하는 시술이나 클리닉에 부합하는 의료장비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나머지 장비는 간단히 설명한다면 고객들은 강약 패턴에 따라 기억하기가 더 쉽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