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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찾듯 병원 고르는 소비자전성시대
명품 찾듯 병원 고르는 소비자전성시대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8.10.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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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정석]③ 입지 선정 연고지에 매이지말자

게재순서

①개원 자금조달의 체크포인트

②인테리어·의료장비 선택 요령

③입지선정 '연고지'에 매이지 말자

 

'명당 자리를 찾아라.' 개원예정의에게 떨어진 미션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눈에 잘 띄는 길목에는 여지없이 의료기관들이 늘어서 있다.

건물마다 꽉찬 의료기관들, 매년 3000명 넘게 쏟아지는 신규 의사인력. 의료기관 공급과잉의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2008년 대한민국 개원가에서 '소프트 랜딩' 성공전략을 모색한다.

 

지방 대도시에서 20년 넘게 개원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K원장은 요즘 개원하는 후배들이 안쓰럽다. 개원 준비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K원장은 자신이 개원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그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시내인 금남로 근처에 5층 건물을 세워 개원했다. 그때만 해도 의원 간판만 달면 환자가 몰렸다.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개원하는 의사들도 이곳 출신에 전남의대나 조선의대를 졸업한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반드시 고향에 남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유망한 개원 입지를 찾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까지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경우가 흔하다. 설령 광주에서 개원하더라도 시내보다는 상무지구 등 최근 개발된 지역이나 일곡지구 같은 아파트 밀집지역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이미 이들 지역도 의료기관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

10명 중 4명은 연고지에 개원

우리나라 개원의들은 입지를 선택할 때 연고지를 중요시한다. 지방 출신의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 입시에서 매우 우수한 점수를 받아도 굳이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개원할 때 '컴백 홈' 할테니 연고지에 있는 의대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개원 지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응답한 개원의 480명 중 가장 많은 46.3%가 '연고지역이어서'라고 밝혔다. 의원 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쟁이 적을 것 같아서'(23.8%)와 '환자가 많아서'(11.3%)를 합한 수치보다도 높다.

하지만 이렇게 연고지에 남고자 하는 개원의들의 성향은 개원을 결심하게 된 동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개원 동기'로 과반수가 넘는 의사들이 '경제적인 이유'(58.1%) 를 꼽았다. 나머지는 '직업전문성 확대'(15.4%) '직장에 대한 불만'(9.6%) 기타(16.9%) 등의 이유를 들었다. 더구나 '성공적인 의원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무려 66.0%가 '개원 입지'를 꼽아 입지의 중요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즉 많은 의사들이 경제적 이유로 개원을 선택하고 입지가 성공을 가르는 척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개원은 비경제적 요소인 연고지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최근 개원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고지에 얽매이는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연고지가 입지 결정의 결정적 요소였다는 응답은 개원 15~20년차가 53.8%인 반면 5년 이하는 36.9%였다.

유동인구의 동선을 분석하라

의료컨설팅 전문가인 이창호 리얼메디 대표는 "잘 되는 병원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가 귀띔하는 좋은 입지는 지하철역 사거리나 버스정류장에서 100~200m 이내에 위치한 곳으로 특히 횡단보도가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의 1~3층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횡단보도가 있으면 신호대기 때 자연스럽게 3층 정도까지의 간판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큰길에서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이나 시장 입구도 전통적인 A급 개원 입지다. 종합병원급 규모의 의료기관이라면 도시 재개발이 막 끝난 곳이나 신도시 개발이 50% 이상 진전된 곳도 유망하다.

신도시로 진출할지 기존 지역에 개원할지도 고민요소다. 이창호 대표는 "신도시의 경우 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급증하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은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초기 리스크가 크지만 자리만 잘 잡으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원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 사람들의 동선에 따른 시각적인 범위다. 이 대표는 "아파트 상가보다 아파트 상가 옆에 있는 소형 건물에 입점한 병·의원이 잘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동선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려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버스정류장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앉아서 손님들의 연령을 가늠해보거나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병원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라

사실 문만 열면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주는 좋은 입지란 결코 없다. '경쟁 무풍지대'에 입성해서 개원 초 반짝 환자 수가 많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하나둘 인근에 경쟁의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지 선택에 앞서 최근 달라지고 있는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 패턴을 읽어야 한다.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병원에 가는 환자 수는 예상보다 적다. 리얼메디가 개원한 지 1년이 넘은 몇몇 의원들의 진료 접수카드를 통해 내원 경로를 파악한 결과 근처에서 '간판을 보고' 내원한 경우는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주변의 소개나 광고를 보고 찾은 경우였다.

이창호 대표는 "좋은 입지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입지에 대한 다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의료기관의 브랜드와 가치를 확장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은 이제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마치 명품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구와 같다"고 비유했다.

최근 트렌드는 삼총사 공동개원

요즘에는 3명의 의사가 공동개원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닥터멤버스의 김태완 이사는 "정형외과 전문의 3명이 모여 무릎 관절경수술 등 분야별로 세분화해서 담당하거나, 산부인과·소아과·외과 등 다른 분야의 전문의가 공동개원하는 추세"라며 "뜻만 맞다면 혼자 개원하는 것보다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과목인 치과·한의원의 경우 브랜드를 공유하는 네트워크화를 통해 급속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의료기관이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의료·실버 분야는 여전히 매력 있는 성장산업"이라며 "민간보험·영리법인 허용 등을 앞두고 성장 엔진을 못 찾은 대기업들도 의료분야로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만큼 개원가에서도 이에 대비한 자본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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