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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1.무엇이 달라졌나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1.무엇이 달라졌나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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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오·남용을 막아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한 의약분업이 7월 1일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역사상 최초의 의사파업과 의료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의약분업이었기에 시행 1년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약분업은 얼마나 정착되고 있으며, 시행과정상에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했는지 짚어보고,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제시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선 보완, 후 시행'을 묵살하고 `선 시행, 후 보완'을 강행한 정부당국으로서는 반드시 중간평가를 통해 정책 시행과정상의 오류와 시행착오를 개선하는 작업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의협신보〉는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 1년을 평가한다'를 통해 의약분업 시행 1년을 뒤돌아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재정 문제, 국민 여론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되고 있는 의약분업을 올바로 실시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의약분업 시행 1년을 뒤돌아볼 때 당초 정부가 시행의 명분으로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을 막아냈는가에 대한 평가에 의료계는 물론 언론과 정부당국 마저 흔쾌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알고 싶은 질병에 대한 정보나 남모를 질병에 대한 고민은 상담실을 참조하세요”(강남 00약국)
“남기신 글 : 저희 환자중 24세의 미혼의 직장여성분이 종아리 부분에 평소에 작은 충격에도 멍이 잘들고, 한번 멍이 들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평소 빈혈 증세도 약간 있어 어지러움을 느끼며, 작년엔 급성 신우신염을 앓은 병력이 있습니다. 멍이 잘들고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신체 내부 장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답변 : 000님. 이 환자는 그냥 혈관이 약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고요, 심한 경우는 SLE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일단 멍이 들었을 때 루푸스 크리닉에 보내서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지요. 만약 SLE가 아니라면 그냥 온경탕과 뉴셀티를 복용시키면 혈관도 강화되고 적혈구수도 많아질 것같네요. 심하면 전칠을 같이 써도 좋습니다.”(온누리 박00 약국)

“약사와의 직접적인 상담은 장부론에 의한 체질론으로 상담을 함으로써 사상의학보다 더 치료율이 높습니다”(태00약국)

인터넷에서 약국을 검색해 보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에도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자격자인 카운터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불법 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선 개원의들은 “약국에 가면 달라는 대로 약을 다 주고 있다”, “처방전 없이도 전문의약품을 구할 수 있다”는 환자들의 얘기를 심심지 않게 접하고 있다며 “의사들만 의약분업 하냐”고 반문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심심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축으로 구성됐던 `올바른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의약분업 평가단'과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산하 사이버 의쟁투 등이 자체 조사한 약사의 불법적 변경조제와 임의조제 등 불법 조제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약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불법 진료와 불법 임의조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개혁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소비자 1,8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분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4.2%가 “처방 받은 의약품이 없을 때 대체조제를 권유받았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3.5%가 처방약 이외의 약을 권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에서 1,000여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3월 발표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의약분업의 목적이 달성되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인 사람이 “달성되었다”는 긍정적 견해를 보인 사람에 비해 2배 가량 많았다. 이 조사에서도 428명이 약사와 질병에 대해 상담했다고 응답했으며, 약사가 증상·원인에 대해 설명하거나 짐작되는 질병 이름을 말해줬다고 응답했다.

의약분업 시행 1년이 다 가도록 약사의 불법 의료행위와 무면허 의료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약품 오·남용을 막아 국민건강을 향상시키자는 의약분업의 명분이 상당부분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의료계가 의권쟁취의 깃발을 내걸고 폐업투쟁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으며 의약분업을 요구했던 배경은 준비 안된 졸속 의약분업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의료계가 극한 투쟁을 벌이면서까지 `선 보완, 후 시행'과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했는지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완전한 의약분업을 위해 약사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시키던지 의약분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던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졸속으로 의약분업을 준비하고 부실하게 시행 계획을 추진하다보니 `거짓이 더 큰 거짓을 낳고, 부실이 더 엄청난 부실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보험재정추계가 그러하고, 환자의 부담이 없다는 코미디 같은 거짓 보고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러한 부실과 거짓은 애초부터 의약분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의·약품 오남용 보다는 딴 곳에 있었기 때문에 양산된 것이다. 정부여당이 의약분업 시행의 명분으로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의약품 비리 척결은 말 그대로 명분에 불과했다.

의약분업은 만성적자에 시달릴 위기에 처한 의료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 대안으로 선택된 희생양이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와 언론계의 분석이다. 한의계와 약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약분쟁을 무마하기 위해 떡 하나 주듯 약사법 부칙에 끼워놓은 의약분업 시행일이 현재의 혼란을 가져온 불씨가 됐다. 또한 어떠한 파장이 미칠지 충분한 검토 없이 100대 공약으로 채택하고, 의보재정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차 윤색하여 사상누각을 지어댔던 현 정부의 실정이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1999년 5월 보건복지부장관에 취임한 차흥봉 장관은 국회에서 "국민 추가부담은 전혀 없다"고 호언했다. 차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관료들은 이후에도 각종 의약분업 세미나에 참석, 추가 부담이 없다는 거짓말을 되풀이 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의약분업을 통해 절약되는 1조원을 교육재정으로 충당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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