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우울증' 대책 마련 촉구
최근 5년간 우울증 환자 33% 증가
유명 탤런트 고 최진실씨의 자살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 우울증과 자살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6일 열린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날로 늘어가는 우울증 유병률과 자살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부터 제출받은 '우울증 환자 수 및 진료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2003년 39만5457명에서 2004년 42만2663명, 2005년 45만9222명, 2006년 47만9095명, 2007년 52만5466명으로 매년 늘어나 최근 5년간 32.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 10월 기준으로 여자 환자가 36만4713명, 남자가 16만753명으로 여자 우울증 환자가 남자보다 2.3배나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10만919명(19.2%)으로 가장 많았고, 50대(9만8595명, 18.8%), 60대(9만301명, 17.2%), 30대(7만8927명, 15%), 70세 이상(7만3374명, 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복지가족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2006년 우울증 유병율이 2.5%에 달하지만, 실제로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환자 수 만큼 진료 건수도 늘어나 지난해 정신질환 진료 중 '우울증 에피소드'가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우울증 에피소드' 진료건수는 209건 2998건, 진료비는 총 1411억73만9000원이 지출돼 정신질환 진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또 '재발성 우울성 장애'는 38만8175건, 220억5686만원으로 '기타 불안 장애'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전체의 8.7%
이같이 급증하는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자 수는 2000년 6437명에서 2007년 1만2174명으로 최근 8년간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문제는 자살의 원인 중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는 것.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자살자 중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의 비율이 8.7%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우울증 자살 비율은 단일 원인으로는 육체적 질병(23.8%)에 이어 두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의원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자살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애주 의원도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살충동 상담자에 대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 사례를 모범삼아 자살 시도자의 평가 및 관리, 위기개입체계 등 다각적인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인 '모방 자살'...실제 통계로 입증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 자살 사건 이후 자살자 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인 수치로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임두성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 부터 제출받은 '월별, 성별 자살자 수'를 분석한 결과 고 정몽헌씨 자살(2003년 8월) 이후 남성자살자 수가 그 해 7월 737명에서 8월 855명으로 증가했다.
또 영화배우 고 이은주씨 자살(2005년 2월) 이후 여성 자살자수는 2월 240명에서 3월 46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밖에 가수 고 유니씨(2007년 1월)와 탤런트 고 정다빈씨(2007년 2월)가 자살한 전후를 비교한 결과, 여성자살자수는 1월 289명에서 2월 53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고 안재환씨의 자살 후에도 자살상담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는 보건복지콜센터 129에 접수된 상담자 수는 8월 220명에서 9월 439명으로 늘어났다.
연 평균 상담건수가 200건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미친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임 의원은 "자살은 국가 정책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며 "자살예방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