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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의학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안

시론 법의학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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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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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태(전남의대 교수 대한법의학회 학술이사)

최근 들어 과학수사와 관련된 드라마를 자주 접한다. 그래서인지 의과대학 학생들도 법의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법의학 지원자는 늘지 않는다.

최근 2년이 넘도록 부검감정서가 발부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하였고,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법의학 전문인력 부족과 검시제도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30여명의 법의관이나 법의학 교수에 의해 1년에 4000여건의 사법 부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 국민의 수 대비 4000건의 부검 건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다. 당연히 교통사고 사망 등 민사나 보험에 관련된 부검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의 억울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가가 국가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중에도 민원을 통해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에 찬사를 보낸다.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 그 사인을 규명하여 억울한 죽음을 당한 국민이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대 법치 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검시전문가가 검시관련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법의관(medical examiner)·검시관(coroner)·감찰의(監察醫)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검시업무를 하고 있지만 법의관 인력이 부족하고, 충원하고자 공고를 해도 지원자가 없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문제 해결 방법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검시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법의학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검시제도에는 다음의 내용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법의학 전문 인력 양성에 가장 중요한 곳은 의과대학이다.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에서 부검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부검이 이루어지는 의과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 법의학을 이해하고 지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희망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도 수련 받을 수 있다.

둘째, 법의학 전문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법의관을 모집할 때 자격기준을 '병리학 및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나 해부학 전공자'라고 한다. 법의학 전공자가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그러할 것이라고 이해는 되지만 이미 병리학이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법의학을 새롭게 전공하기는 어렵다. 해부학이나 병리학, 또는 진단검사의학을 법의학과 동일시하면 학생들은 법의학의 학문적 가치를 모른다. 해부학은 법의학과 전혀 다르며, 법의학은 병리학의 총론과 공통되는 부분도 있지만 부검의 성격상 다른 부분이 더 많다. 병리학의 주된 대상은 암이고, 법의학의 주된 대상은 손상이며, 일부 심장 질환을 비롯한 돌연사 등 사망에 관련된 질병들이다.

셋째, 검시업무 관리를 보건복지가족부에 두고 사법기관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인턴)들 중에서 법의학 전공 지원자가 있다. 검시업무가 사법기관의 관리를 받으면 유족의 의혹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돌연사의 경우 혹시 모를 범죄의 가능성 때문에 부검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70~80% 이상이 질병에 의한 사망인 내인사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돌연사에 관련된 질병들에 대한 통계를 확보하고 보건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검시업무가 보건복지가족부의 관리를 받아도 검시를 지휘하는 검찰이나 수사를 하는 경찰의 현재 지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검경의 수사권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넷째, 부검비의 현실화이다. 법의학을 전공해도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법의학 지원자가 늘어난다. 즉, 법의학 전문의로 개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법의관(서울 1인·부산 2인)들이 법의학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개원하여 현장조사·부검 등 과학수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부검 1건에 25만원을 지급한다. 부검에 필요한 소모성 재료 구입에는 적정하나 부검 1건에 필요한 최소 3인의 인건비는 물론이고 1인의 인건비도 불가능하다.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가의 주요 의무 중 하나인 검시 분야의 현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나름대로 근본적인 대책을 기술하였지만 세부적인 문제나 필자와 다른 의견 또는 추가의 의견들도 있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청회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 맞는 검시제도의 틀을 찾을 것이며, 지난 회기의 국회에 상정된 법안이 폐기되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우리 국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고려하여 새로운 법률이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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