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5 13:45 (목)
"앞으로 '제약의사' 더 뜬다"

"앞으로 '제약의사' 더 뜬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9.05 09: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까다로운 신약개발·허가과정서 전문성 발휘
[인터뷰]브라이언 제너리 전 영국제약의학회장

'한국에는 적은데 영국에는 많은 것은?'

수수께기 같은 이 질문은 두 나라의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 즉 '제약의사'의 수에도 해당된다. 현재 영국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1000명이라면, 국내 제약의사는 90여명으로 1/10도 채 안된다. 영국의 전체 면허 의사 규모가 13만명, 한국이 9만 5000명임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제약산업에서 의사의 역할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약회사에서 의사를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서울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앞다투어 제약산업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때마침 서울대병원의 제약의학 고위과정에서 강의하기 위해 방한한 브라이언 제너리 전 영국제약의학회장(Faculty of Pharmacuetical Medicine)을 만나 제약의사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제약의학자로서 자신의 경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지난 35년동안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카이로사이언스 등 바이오제약회사의 R&D 분야에서 근무했다. 최근에는 영국 써레이대학의 임상시험센터 소장과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써레이대학의 제약의학 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영국의약품규제기관(MHRA)의 독립적인 과학자문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영국의 제약의사 현황은 어떠한가.

영국 내 제약의사의 수는 적어도 1000명 이상이다. 그들은 새로운 약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전임상·임상으로 이어지는 임상 단계, 허가심사 단계 등 약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또 약의 안전성 및 역학 연구 분야는 물론 일부는 마케팅·영업 등 비즈니스 관리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영국에서 제약의사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꼭 제약회사가 아니더라도 정부기관에서 의약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들도 많다. MHRA에는 약 75명의 의사가 근무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신약개발 단계에서 어떠한 약이 임상에서 중요한 지, 어떻게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지를 결정하거나 약이 개발된 후에 환자에게 윤리적으로 의약품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회사 내부에서는 비즈니스 전문가들에게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비롯한 임상 현실에 대해 조언하기도 한다. 물론 약에 대한 안전성 이슈 등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적절하게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제약의사의 일이다.

-앞으로의 역할은 어떤가.

미래에는 제약의사의 역할과 가치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치료 백신·유전자치료·줄기세포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수록 더 깊은 과학 지식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정부의 의약품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더 많은 자료를 회사에 요청하는 추세여서, 자료를 심층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제약의사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일단 의사 면허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먼저 특별히 준비해야 할 내용은 없지만, 일반 의대 과정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는 통계학·신약개발·독성학·약리학·제형학 등이 제약의사에게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약산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한국 제약산업에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오로지 제네릭만을 취급하는 회사들은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의사를 고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몇몇 사례에서 보듯이, 회사 내 전문가가 없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을 경우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제약산업에 대해선 지역 실정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