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3 17:54 (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된 경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8.29 14:3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변호사·의사 법무법인 광장)

A의사는 과장선생님을 구한다는 모 의료정보사이트의 구인란을 통해 서울시내의 한 병원에 취직하였다. 취직하기 전에 그 병원의 원장이라는 자와 면담을 하였기 때문에 추후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는데 몇 개월 근무 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벌금형에 약식기소되었다. A의사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그 병원에서 퇴직하였기 때문에 벌금만 납부하면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몇 달 후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의사면허자격정지 3개월에 처한다는 행정처분서를 받게 되었다. A의사는 이미 다른 곳에 취직하여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그대로 발령될 경우에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A의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법적으로 문제있는 병원에 취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전과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너무나도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에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으며,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의하자면 이러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3개월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동 규정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를 의사나 국가·의료법인·비영리법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의 규정을 잠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로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을 고용하고 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소위 사무장 병원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위 의료법 조항을 일률적·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A의사와 같은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여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앞서 A의사가 취직한 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비영리법인에게 명의대여료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고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된 병원이었고, A의사로서는 이러한 제반 사정을 전혀 모르고 병원에 취직하였던 것이다. 사무장 병원에 고용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명의로 개설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위법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식할 수 있겠으나 수십병상을 가진 병원에 취직하는 경우에 그 병원이 의료인이 아닌 자가 비영리법인을 이용하여 개설한 병원인지 여부를 알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며, 의사가 병원에 취직할 때마다 이러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를 기대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무리이다.

행정법규 위반의 경우에는 법위반자의 고의·과실을 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에, 앞서 A의사에게 고의·과실이 없었다 할지라도 객관적으로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맞을 것이다. 다만,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서는 법위반사실의 정도나 내용·경위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처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A의사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3개월에 달하는 중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A의사로서는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자신이 고용된 병원이 비의료인이 비영리법인을 이용해 개설한 병원임을 몰랐으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자신에게 부과된 행정처분이 법위반의 경위나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중함을 주장한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취소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02-6050-7355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