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의료행위와 전직 판사
무면허의료행위와 전직 판사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8.08.27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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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에 보건복지가족부의 협조공문 하나가 날아왔다. 한 지방법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구 의료법 제25조 1항(현행 제27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니 이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청 법원은 B지법, 대리인은 지난해 10월 판사직에서 물러난 H변호사였다.

사건의 당사자는 '뜸사랑'이라는 단체의 지부장 K씨로서 의료인이 아닌데도 건물을 임대해 침대 18개를 놓고 환자 1000여명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가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위헌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제청한 것이다.

또한 H변호사는 소위 '민중의술' 주창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판사 재직 시절 자신이 직접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했을 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는 변호사로서 또 다시 위헌제청 신청을, 그것도 얼마 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바로 B법원에 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의료계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피곤하다' '또 H냐'는 반응이었다. 이전에도 이 같은 사건이 여러 번 있었고,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말과 함께. 몇해 전 대법원에 H판사에 대한 징계 요청까지 했던 한의사협회도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특히 위헌 가능성도 없는데 위헌제청한 것은 B법원의 '직권남용'에 가깝다는 비판도 눈에 띠었다. 법원의 위헌제청은 재판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상당히 의심할 만한 경우에만 한다. 심지어 얼마 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태아성감별 고지 금지 조항조차도 법원이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헌재법 제68조 2항의 헌법소원과 달리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정지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K씨는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6개월, 1년 혹은 그 이상 처벌이 유예되는 것이다.

기자가 가십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주목하는 까닭은 최근의 유사의료행위 허용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해 의료법 전면개정 논란과 최근의 피부미용사 등 일련의 사안은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던가. 기자가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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