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29 (목)
시론 태아성별고지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시론 태아성별고지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8.13 13:4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석일(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총무이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8인('헌법불합치'의견 5인, '단순위헌'의견 3인) : 1인(합헌의견)의 의견으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를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9조의2에 대하여 이 규정들이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이날의 결정은 실효도 없으면서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 대표적 법안이 비로소 퇴장 당하는, 그래서 의료계뿐 아니라 온 국민이 환영할 만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이라는 점이다.

태아 성별 고지 금지는 낙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됐다. 하지만, 모든 태아의 성감별이 낙태를 위한 행위라고 볼 구체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가정에 의한 일반화의 오류'라 말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조차도 현재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당시에 비하여 남아선호경향이 현저히 완화되고 있고, 전체 성비가 자연성비에 근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인가 하는 것과 극심한 출산율 저하로 한 가정이 한명의 자녀만 낳는 최근의 실태로 볼  때 이는 잘못된 법적 근거라고 하였다.

실제로 8월 5일 일간지에는 통계청의 '2007년 출생통계결과' 발표가 보도되었는데, 출생성비가 남아 106.1로, 우리나라의 출생성비는 이미 자연성비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우리 형법은 제269조와 제270조에서 낙태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여아든 남아든 낙태를 금지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위 형법 규정들에 의하여 충분히 달성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태아의 성별 고지 행위 금지에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설정한 것은 그 자체로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태아의 성별 고지 행위는 단지 태아의 성별을 알려 주는 행위에 불과할 뿐 태아를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는 행위가 아니므로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굳이 고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뿐더러 의사의 설명 의무규정에 해당되어, 오히려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낙태의 감소는 국가적·정책적 접근을 통해서 의학적·유전적 혹은 사회적 다양한 원인에 의한 비정상임신, 즉 원치않는 임신을 출산과 양육으로 이끌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낙태죄를 집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지, 실효성도 없는 태아성감별 금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의료계가 위헌소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성의 인위적 선택을 인정받아 낙태를 합법화 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는 태아성별고지금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았다. 또 법의 집행을 철저히 했을 때 발생될 국민의 엄청난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기에 국가가 그 의무는 회피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해당 의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진행되어 왔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의료인의 직무수행의 자유와 일반적 인격권으로부터 나오는 부모의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 이외에 부모의 태아에 대한 보호양육권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새로운 의료법이 만들어 질 때에는 더 이상 잘못된 법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 받지 않도록 의료계, 법조계, 여성계, 그 밖의 모든 관련 단체들이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 법은 도덕이나 관습과는 달라서, '최소한의 제약'과 '최후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호한 개념과 넓은 적용으로 잘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명확한 개념과 규정을 정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확실한 법 적용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국민들로 하여금 실천하게끔 할 수 있는 확고한 집행 의지를 국가가 보여 주어야 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촛불 집회에서 보았듯이, 명백한 범법행위를 여러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 대처 내지는 묵인이 얼마나 많은 국가적 손실과 국가 공권력에 대한 거센 도전으로 발전했는지 잘 알게 되였다. 그만큼 법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집행의 의지도 꼭 필요한 것이다. 모쪼록 새로 대체될 법안은 실천 가능한 내용을 갖고, 확고한 실천의지가 보여 지기를 바란다.

이번 결정으로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로 일정 유예기간을 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소 유감스럽게 생각된다.

그러나 그 결정을 존중하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어 2009년 12월 30일까지 실천 가능한 범위의 내용으로 엄격한 법 집행의지를 담은, 국민 모두가 존중하는 의료법이 개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