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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그림에서 배우는 표정과 몸짓언어(하)

거장의 그림에서 배우는 표정과 몸짓언어(하)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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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스 작: '플룻을 들고 있는 소년'(1626-28) 수베린, 공립미술관

현대는 바야흐로 이미지만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중요한 계기는 텔레비전의 등장이었다. 라디오 등 다른 방법에 의한 정보습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즉시성을 무기로 하는 텔레비전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다. 이에 따라 대중은 문자보다는 그림으로 시각을 만족시키는 것에 익숙해졌고 이를 최우선의 방법으로 인식하게 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컴퓨터의 등장이다. 컴퓨터도 텔레비전과 같이 공공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일방적으로 얻는 정보기기였던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됨으로써 텔레비전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이미지를 통한 개인 간의 정보 교환이 가능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대중에게 보급됐다.

시각(視覺)이 다른 감각을 압도하면서 더불어 이미지가 문자를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이렇게 컴퓨터를 통한 시각시대가 된 것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과거에는 옷을 살 때는 직접 현물을 보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서 감촉이 좋은 것을 골라서 샀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촉감을 포기한 채 색상과 사이즈만을 잣대로 인터넷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만능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vobal communication) 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obal communication)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책에도 그림이 없으면 곧 실증을 일으켜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있어서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넓어져 같은 내용을 저술한 책이라 할지라도 이를 그림으로 표현된 것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을 감거나 깜빡이는 것은 눈을 통해 본심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몸짓언어로 여기게 된다. 이것은 마치 다른 이에게 들여다보이고 싶지 않을 때 방의 창문을 닫는 심리와 같은 맥락이며 이런 사실로 보면 '부자연스럽게 눈을 자주 깜빡이며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러한 눈 깜빡이의 몸짓언어의 가치가 실제로 증명된 것은 2004년도 미국 대통령선거 때 부시 대통령과 후보자 켈리의 공개토론 할 때 촬영한 비디어 테이프를 통해 두 사람의 일분간의 눈 깜빡이는 횟수를 비교하였더니 켈리 후보가 더 많았기 때문에 부시 진영에서는 승리를 점쳤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몸짓언어 중에서도 눈매와 눈길 그리고 눈 굴림과 눈 깜빡임 등은 솔직한 의사가 표현된다는 사실이 점자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미술 평론분야에서도 눈의 표정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게 되었는데 개중에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한 비교 논평도 있어 그들의 그림을 살펴보기로 한다.

렘브란트 보다 한세대 먼저인 프랑스의 화가 할스(Frans Hals 1580-1666)가 그린 '플룻을 들고 있는 소년'(1626-28)이라는 작품을 보면 소년의 눈과 입 주변에 흐르고 있는 웃음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며 그 눈매와 눈동자의 깊은 곳에서 투명하게 우러나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어 화가의 인간탐구의 깊이를 엿 볼 수 있다. 할스는 사람의 얼굴묘사에 있어서 이상화(理想化)를 의도하지 않고 현재 있는 인간의 얼굴 그대로를 그리면서 특히 눈동자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화가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몸짓언어는 말과는 관계없이 표현되는 것이며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진심의 노정(露呈)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화가들이 예술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몸짓언어를 의학적인 차원해서 탐구하는 것은 몸짓언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어 환자를 비롯한 많은 대인관계를 갖는 임상에서는 진심파악에 크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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