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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그림에서 배우는 표정과 몸짓언어(상)

거장의 그림에서 배우는 표정과 몸짓언어(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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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작 : '미소 짓는 사스키아의 초상' (1633)생페테르브크크, 에르미타제 미술관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예술이나 의학은 생활의 필수품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병고에 시달리게 되면 의사를 찾게 되고, 경제가 풍부해져 소비가 절정에 이르면 몸의 안일보다는 정신적인 만족을 찾게 된다.

임상에서 임종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살아있을 때의 의미있고 즐거웠던 일을 회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고 편안한 모습으로 생을 마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고에 못 이겨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다 고통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생을 마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인생에 있어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육체적인 안일이나 쾌락보다도 얼마나 중요하고 의의있는 일인가를 느끼게 된다. 정신적 가치추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예술에 대한 이해이다. 예술은 지성과 감성이 융합됨으로써 창작이라는 새로운 산물을 낳게 하며 그 창작은 전통과 상식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창조는 언제나 예술로부터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예술이란 '사람의 마음을 닦아 혼을 한 곳으로 모으며 새로움을 창출하는 창조적 생활을 하게하는 원동력'이며, 이러한 인생의 길을 생을 마칠 때까지 지속시켜 줄 수 있다. 따라서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탐구하여 창조적인 삶의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모른다.  

사람은 아름다운 것과 신비한 것에 감동한다. 아름다움은 주로 외형에 나타나며 신비는 언제나 깊숙한 곳에 내재한다. 사람의 몸 속에는 신비가 가득하며 사람의 느낌에서 형상화되는 몸짓은 아름다움을 동반하게 된다. 의학은 사람의 신비를 캐는 작업이며 예술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몸짓언어를 해석하자면 예술과 의학은 만나야 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민족이나 문화, 시대에 따라 변하게 된다. 사람의 체험 속에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도 덩달아 변하게 된다. 얼굴의 표정이나 몸에 나타나는 몸짓은 말보다 솔직하기 때문에 근래에 와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졌다. 이제 거장이 그림을 통해 얼굴의 표정이 얼마나 솔직한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06-1669)는 초상화가로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약혼녀를 그린 초상화를 살펴본다. 렘브란트는 그의 후원자이며 화상이었던 헨드리크 반 웰렌부르흐의 집에 살면서 이 집의 조카딸인 사스키아라는 처녀에게 반해 결국 두 사람은 약혼을 하게 되었다. 그 무렵의 사스키아의 초상화를 그린 것이 '사스키아와 꽃'(1634)이다. 그런데 그림에서 그녀의 머리는 많은 꽃으로 장식되어 기쁨을 표현하고 있으나 얼굴의 근육은 강직(强直)돼 있는 상태이다. 생전 처음으로 약혼이라는 것을 해 기쁘기는 하나 그림 모델을 처음해보는 것이라 아무리 약혼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불안하고 긴장되었던것 같다. 그녀의 눈매와 눈길에서는 기쁨이라고는 전연 찾아볼 수가 없고 눈동자에서도 깊은 인간미를 느낄 수 없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인가.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숨길 수가 없어 솔직히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언어로서의 의사소통보다도 솔직해서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얼굴의 표정과 눈길·몸짓과 자세·신체접촉과 대인간의 공간거리·환경요인, 심지어는 의복과 화장 같은 요소들도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영향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직접적이기는 하나 그 양과 소리의 크기와 속도로 이를 조절하는데 불과하고 또 자기의 본심을 감춘 이야기를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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