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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호사 부족…지방 중소병원 무너진다

시론 간호사 부족…지방 중소병원 무너진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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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태(부산시병원회장)

최근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는 보건의료인력의 지역 불균형이며,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호인력의 수급불균형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매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해 지역중소병원들이 이제 간호사를 못 구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신·증축하면서 의료인력, 특히 간호인력을 대거 빼가고 있어 지방 중소병원들은 서비스는 고사하고 아예 진료를 하지 못할 지경이다. 소위 간호사 인력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과연 지역공공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합리적인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간호사 교육기관 정원을 대폭 확대해 무엇보다 간호인력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년도 간호대학 정원을 970명 늘린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아직 병원들의 실제 운영현실을 확인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필자는 매년 5000명 이상의 간호대학 정원을 늘려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선진국, 미국의 사례를 살펴볼 때 앞으로 간호대학 지원자가 계속해서 감소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 보고서 내용을 보면 간호사 부족원인이 간호지원자의 감소, 간호업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증가, 간호인력의 고령화 등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한국도 저출산과 함께 분명히 간호대학 지원자가 감소해 간호인력의 부족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져 지방균형발전, 더 나아가 국가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사실 간호인력에 대한 걱정과 논란은 2001년부터 심각하게 대두되었으나, 정부는 문제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해단체들의 눈치만 보다가 문제가 곪아 터지게 된 결과이다.

다음으로 간호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이다. 유휴간호사의 재교육을 통해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현실적으로 유휴간호사의 경우 의료기구사용, 투약업무, 전산활용능력, 3교대 근무(밤근무)와 나이가 많은 관계로 병원에 다시 근무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오히려 노인요양시설, 보건교사, 건강보험공단, 건강증진 분야 등 비임상 간호영역에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력활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책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간호등급제의 개선이 매우 시급하다. 시간제 간호사 등의 간호인력을 등급제에 산정가능하도록 해 탄력적인 인력활용 방안모색이 필요하며, 또한 간호인력 산정기준을 허가(신고)병상수 기준이 아닌 실제 평균재원환자수로 산정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간호등급 차등지급제의 전면 재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지방중소병원의 80% 이상이 7등급으로 입원료를 삭감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간호사를 채용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말인가? 의료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는 현재 역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간호등급 차등지급제를 제안한 정부당국자는 분명한 문제의식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또한 지방 중소병원들이 과연 낮은 건강보험수가로 어떻게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간호등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는가? 입원료 현실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야간간호관리료 등을 신설해 간호사와 병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모색도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병원들의 병상증설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중소병원들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의료영향평가제와 같은 병상조정을 위한 강력한 통제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간호조무사 등의 준간호사제도를 적극 검토해 간호등급제로 인해 고통받는 지방중소병원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남아 등의 해외간호사를 수입하는 등의 대체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방 중소병원의 위기는 대한민국 의료공공성의 위기이다. 앞으로 간호대학 지원자가 계속 감소해 간호사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경우 지방중소병원들은 간호사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문을 닫고 말 것이다.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해결책을 고민만 할뿐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보건의료인력의 종합적인 장기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지방중소병원들이 간호인력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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