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4 19:44 (수)
시론 '민영의보 활성화' 오해하지 말자

시론 '민영의보 활성화' 오해하지 말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5.21 09:4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택(생명보험협회 상무)

최근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허점을 고발한 영화 '식코(Sicko)'가 세간에 회자된 바 있다. 특히 의료보험제도 논의와 관련해서는 이 영화의 내용을 모르고서는 대화가 어려울 정도다. 영화의 상영시기도 미묘하다. 새정부가 한창 건강보험 재정악화 해소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나왔다. 이런 와중에 정부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방침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서 홍보해 주고 있다.  

사실 영화가 영화 자체로 보이지 않고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의 반대논리로 활용되면서 필자를 비롯한 많은 보험업계 종사자들은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성급하게 미국 의료시스템은 악이고,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선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몰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한발 더 나아가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마치 보험회사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밀어내고 영화처럼 미국식의 무시무시한 의료시스템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인터넷 및 각종 매체를 통해 진실이 호도되고 있어 심히 걱정된다.

일부에서는 영화내용을 본따 정치권과 보험회사, 일부 대형병원이 결탁하여 현 의료보험제도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고 왜곡, 전파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식 의료보험체계로의 전환은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렵겠지만, 보험업계도 반대 입장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민영의료보험은 공적의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대신하는 '대체형'이 아니고, 공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하는 '보충형'일 뿐이다. 그러므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가 곧 공적보험의 사라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건강보험 이외에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비 부담에 대해서 민영의료보험이 담당할 뿐이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들도 공적의료보험을 근간으로 민영의료보험이 그 나머지를 보완해 주는 현행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면 현행 공적의료보험체계를 유지하면서 민영의료보험이 이를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보충형 민영의료보험의 합리적인 보장영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소득수준 상승에 따라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무작정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본인부담율을 인상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민영의료보험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공보험과 민영보험의 보장영역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수준은 공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 활성화가 공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억측일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이 연단위로 항상 적자이던 것은 아니다. 2005년 1조1788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해인 2006년에는 74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으며, 2007년에는 28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입원환자 식대 보험적용 등 포퓰리즘식 단발성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다만 일부 과도한 의료남용 등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민영의료보험 가입자가 본인부담분의 일부를 적정수준에서 부담하는 제도(Coinsurance)의 도입여부에 대해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세제혜택 제공이다.

공적의료보장체계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은 개인이 별도로 준비함으로써 유사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민영의료보험 가입 유인책으로 해당 상품의 납입보험료에 대해 별도의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가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련 시스템 구축 및 상품표준화가 필요하다.

민영의료보험은 본인이 부담한 실손금액에 대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보험사가 비례분담해야 하므로 중복가입 체크시스템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보험금 지급청구시 혼란을 최소화하고 민원발생 차단 및 업무처리 효율화를 위해서 일정 수준 상품표준화와 약관 통일이 필요하다.

넷째, 관련 상품개발을 위해서는 의료통계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실손의료보험 관련상품 개발과 정확한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의료통계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통계가 부실한 경우 보험사로서는 이에 대한 리스크를 보험가격 산출시 반영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가 안게 되므로 정확한 기초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료통계정보를 민영보험사와 공유할 경우 개인의 신상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공유대상 의료정보는 개인식별정보가 포함된 신상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며, 성별·연령별 질병발생율 등 보험가격 산출에 필수적인 통계만 필요하므로 개인신상정보 유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결론적으로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민영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을 밀어내고 의료보험체계의 주인행세를 할 것이라는 것은 오해이며, 또한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가 '식코'를 본 일부관객 및 시민단체가 주장하듯이 미국식 의료보험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공적의료보험체계를 효과적으로 보충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