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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9:35 (금)
개정법률안 큰 반발 일으켜

개정법률안 큰 반발 일으켜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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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순 의원등이 의원입법 발의하려는 의료법중 개정법률안이 큰 반발에 부딛쳐 있다. 김성순의원이 여론수렴을 위해 잠시 유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법은 의료인도 일반 국민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차별적인 제재조치를 행함으로써 강한 거부감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료법학회(회장 한동관)는 25일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해 법조계, 학계, 정부관계자 등을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일부 발표자 및 토론자는 지난 의약분업파동 과정에서 나타난 의료서비스의 공백은 그 원인이 어디 있든 기존 의료법 체제의 한계를 노출시켰고, 이로 인해 새로운 입법수요를 발생시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의약분업실시 이후 바닥난 의료재정의 해결모색에 대한 지나친 의욕으로 근본적 원인을 도외시한 채 피상적 분석 아래 제시된 해결책임이 비판됐고, 그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지적되면서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잘 반영된 내용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발표자·지정토론자의 발표내용을 정리·소개한다.



◇강경근 교수(숭실대 법대)=의료인은 일반국민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주체로서(헌법 10조) 법 앞에 평등하게 취급받는 기본권 주체다(헌법 11조). 따라서 의료인 역시 의료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헌법 제11조 제2항) 당연한 헌법상 권리를 지닌다.

의료법을 의료인의 진료권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기본권 실현보다 의료인에게 부과되는 공적 책무가 우선하는 법률로 이해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된다. 헌법 제36조제3항에 인정되고 있는 국민의 보건권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의무사항이지 이를 의료인의 책무로 이해할 수 없다.

쟁점이 되고 있는 개정안 52조제1항제7호(허위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와 제53조제1항제7호(의료인이 허위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한 때에는 3년의 범위내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에서 보듯 개정안은 국민건강보험 운용상 의사의 허위와 부당청구를 근절하는 법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나 정부 또는 보험자의 입장에서는 부당이라 할 수 있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부당이라고 할수 없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이는 부당의 기준을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이어서 부당청구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게 하는 불명확한 개념을 사용한 결과가 되어 이 규정은 헌법재판소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원리에 따라 위헌 무효인 법률규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현행 의료법 자체가 의료시장의 자유경쟁이라는 자유주의 원리를 상당 부분 잊고 있어 결과적으로 의료기술이라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우리 헌법이 지시하고 있는 자유주의 경제체제에 기반하고 있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합치되는, 그래서 유사자유주의를 실현하려는 개정안이 아님이 증명돼야 한다.



◇유지태 교수(고려대 법대·행정법)=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재정의 해결모색, 의료서비스 제공의 안정성확보, 전자정보시대에 맞는 의료서비스의 제공보장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다. 전자정보시대 변화를 반영한 의료서비스 제공은 시기적절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나머지 방향은 좀 더 구체적 평가가 필요하다.

개별행정법은 그 규율행위를 수행하는 당사자들에 대한 불신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의료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이러한 통상적인 불신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 제재적 수단의 강화에만 지나치게 치중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 실효성 확보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재정상의 문제를 의료인에 대한 제재강화를 통해 일부 해결해 보려는 시도는 근시안적 착상이라는 생각이다.

개별내용도 벌칙내용, 제재수단사유, 위반된 내용의 의무중요성에 상응하지 못하는 제재 등 기존 법체제와의 균형이 상실돼 있다. 특히 진료중단 또는 집단적 휴업 또는 폐업금지의무(제16조제3항, 제16조2)에 대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은 의무부과의 정당화사유가 불확실한 상황과 단순한 유도의 금지까지 확장되고 있는 규정내용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다.

현재 집단행위금지의 대표적 대상인 공무원의 의무위반행위에 대해서도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사적 신분을 갖는 의료인에 대해 이런 강화된 형사처벌을 예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상돈 교수(고려대 법대)=개정안은 보험재정의 지출억제라는 목표를 허위 또는 부당 진료비청구를 행한 의료인들의 신분에 대한 제한으로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의료인을 규율하는 법제도가 `의사와 환자간의 치료적 대화를 전개할수 있는 의사소통적 역량을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험재정위기의 극복이라는 정책목표의 도구로 사용됨을 의미하며, 의료인격이 사회보장적 의료체계에 기능화됨을 의미하며 한단계 나아가 의료생활세계를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최선진료의무와 환자유인금지는 윤리적 실천적 문제로 의료계 스스로 추진토록 하는 자율평가에 맡겨야 한다. 진료중단 금지는 진료인수의무와 함께 요양기관과 공공의료보험자 사이의 법적 관계에서 요양기관이 사회보장적 의료체계의 기능화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의무(요양급여제공의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따라서 개정안 제16조제3항의 신설(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의료인은 정당한 이유없이 환자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적으로 휴업 또는 폐업해서는 안된다)은 타당하지 않다. 또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도 과태료나 요양기관 업무정지 등의 행정법적 제제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윤진수 교수(서울대 법대·민법)=의약분업 후 재정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런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겠지만 정부나 입법자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재정압박이 일부 부당, 과잉진료의 탓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또 지난해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집단 휴폐업을 금지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이런 규정으로 앞으로 그와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보지 않은 채 결과만을 보고 만든 것이다. 제재만 강화한다고 해서 제재대상인 그 행위를 억제할 수는 없으며 새 법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이경환 변호사=법은 한 국가의 문화적 소산이다. 이런 의료법개정안이 나온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의사들은 지난해 투쟁을 하면서 생존권 투쟁이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나타난 결과로 볼 때 사적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판단할 수 도 있다. 환자 유인행위 등은 굳이 법률로 제재할 필요없이 자체 윤리로 가능하다고 본다. 의료법 개정안의 여러 부분에서 졸속한 부분이 엿보이지만 현 사회상황에 대해 의료인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승민 변호사=법을 지키는 의료인이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도 범법행위인 허위청구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부당청구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요구하는 규격화된 진료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으로 이에 대한 제재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이윤성 교수(의협 법제이사·서울의대)=개정안은 종합병원의 조건 가운데 필수과목을 줄임으로써 사실상 병원과 차이점을 없앴는데 종합병원의 의료형태와 질을 하향평준하는 것으로 병원경영자는 좋겠지만 국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정이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허위청구 처벌은 동감한다. 그러나 부당청구는 단순한 과오도 있을 수 있고 소위 양심범이랄 수 있는 부당청구가 있다.

예를 들면 만성백혈병 어린이가 급성백혈병으로 될 때 의사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골수이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성공률이 10%미만이라는 이유로 보험급여가 거부되고 부당청구라는 이름이 붙는데 의사들은 이런 경우를 양심범적 부당청구라고 부른다.

보험공단은 최근 수진자내역조회 결과를 의협에 통보했는데 10만건중 200건 정도가 부당청구로 통보됐다. 이는 전체건수의 0.02%에 해당되는 수치로 의사들은 상당히 양심적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원격진료의 경우 구급의료에서 상당히 필요한 것으로 보이나 여기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해 정교하게 판단해 입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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