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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스타틴이 수혜자라고?…"글쎄"

심바스타틴이 수혜자라고?…"글쎄"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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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재평가에서 "약값 안내려도 된다" 판정
여타 오리지널 약보다 비싸져 가격 경쟁 '부담'
리피토 제네릭 나오면 현재 가격유지도 힘들 듯

심사평가원의 고지혈증약 재평가 사업이 비싼 오리지널을 보유한 외국계 회사에게 불리하고, 국내사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이는 심바스타틴 제품들이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돼, 심바스타틴 제네릭에 매출 비중이 집중돼 있는 국내사들은 타격을 피해갔다고 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과연 이 예측은 맞을까?

리피토보다 비싼 '심바제네릭' 누가 쓸까?

현재까지 알려진 자료들을 종합하면 한국화이자의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는 8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스타틴 약물의 가격을 '838원에 맞춰라'는 심평원의 평가결과가 상위 의사결정기구인 '약제평가전문위원회'에서 원안대로 받아들여질 때 그렇다. 또 당사자인 화이자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므로 변수는 남아있다.

하지만 심평원의 생각대로 1239원짜리 리피토가 800원 초반으로 인하될 경우 연 200억원 수준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가격경쟁력이 매우 높아진다. '싼 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심바스타틴 제품들보다도 오히려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비싼 약임에도 리피토가 연매출 700억원을 상회하는 데는 의료진의 강력한 '믿음'이 뒷받침된 것인 만큼, 가격까지 싸질 경우 굳이 심바스타틴을 선택할 의료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충분히 들 수 있다.

게다가 심바스타틴 제네릭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약들마저 1000원에서 788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제네릭들이 오리지널 리피토보다 비싸지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제네릭 업체들에게는 '당장의 약가인하'는 없다해도 장기적인 매출추이는 하락할 것이 뻔해 보인다.

심평원측도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모르는 게 아니다. "심바스타틴 약값을 내리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성분별 평가'라는 원칙을 세운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품목별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이 방식 역시 단점이 많아 사업 초기 논의를 통해 '성분별'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리피토 제네릭'

심평원은 "어차피 많이 팔리는 심바스타틴은 오리지널 조코(1246원)가 아니라 제네릭들이므로 심바스타틴을 '살려줘도' 보험재정에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심평원이 '비싼 심바스타틴'을 앞으로도 그대로 놔둘 것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 분명 '복안'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심평원의 이번 사업은 지난해 스웨덴에서 진행된 유사한 약가인하 사업의 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이 지금까지 진행돼 온 모양새를 보면 심평원의 차후 '행보'를 대충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웨덴 사례를 참고할 경우, 심바스타틴의 운명은 '리피토 제네릭'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해안에 리피토 제네릭이 출시돼 가격이 20% 인하되고, 제네릭 출시가 이어져 가중평균가를 계속 인하시킬 경우,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이 스타틴 약물 중 가중평균가가 가장 낮은 약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어림잡아 838원으로 인하된 리피토가 20% 인하조치를 추가로 받으면 670원 수준으로 내려가고 이에 연동한 제네릭 가격은 569원부터 시작한다.

더 값싼 제네릭이 추가로 나오고 사용량이 늘면 가중평균가가 838원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심바스타틴 제품들도 이에 맞춰 약값을 내리라는 '통보'만이 남게 된다.

이 전문가는 이런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약들끼리 서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기전이 완성되면 제약사들의 수익구조는 최악으로 내려가고, 신약이 개발되기 힘든 것은 물론 최신 약물이 보험권으로 들어오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란 우려다.

기준가가 변경되면 이에 맞춰 다른 약들의 가격을 재조정하겠다는 원칙은 이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 고시내용에 포함될 공산이 커보인다.

심평원 "앞 일을 예측하지 마라"

이런 의견에 대해 심평원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약값은 여러 기전에 의해 수시로 변경되는데 이 때마다 모든 약의 가격을 재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를 든다. 또 5년으로 예정돼 있는 이 사업이 종료되면 스타틴과 편두통 약부터 평가가 재반복되는지도 현재로선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피토 제네릭 발매로 인해 기준가가 낮아지는 상황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고려할 만큼 '급한 일'은 아니라고도 했다. 제네릭이 나온다해도 가중평균가가 내려가기 위해선 제네릭 사용량이 어느정도 돼야 하므로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심평원이 이런 추가 약값인하 방법을 알고 있고 더욱이 심바스타틴의 약값을 내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음에도 정말로 이 방법을 적극 활용하지 않을까?

심평원 관계자는 "약값에 대한 제약사측의 조정신청이 들어올 경우엔 재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이 나서지 않아도 기준가가 떨어진 리피토의 한국화이자측이 '우리만 당할 수 없다'며 '기준가를 재조정해달라'고 신청해 온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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