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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15:21 (금)
'스타틴 퇴출'…심평원은 뭘 믿나?
'스타틴 퇴출'…심평원은 뭘 믿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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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오리지널에 비해 제네릭 충격 상대적으로 약해
업체들, "억울하다"면서 반대논리 마련엔 '우왕좌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고지혈증약 재평가 사업 결과가 제약업계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일각에선 "가격이 싼 '옛날' 약만 쓰고 신약은 아예 처방도 하지 말란 이야기냐"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심평원은 느긋하다. 건강보험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제약업체의 치명적 '약점'이기 때문에, 결국 약값을 내리고 보험급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업체들이 움직일 것이라 확신하는 듯 하다.

'누가 먼저 눈물의 겨자를 먹을 것인가'

심평원의 기본 취지는 "제대로 평가해보니 효과가 그저그런 약을 단지 신약이라는 이유로 비싸게 쳐줄 수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일단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왜 억울한지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말이 다르다. 심평원이 주장하는 '효과가 별로(혹은 같다)라는 주장'이 틀렸다는 업체도 있고 '신약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개념을 납득할 수 없다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번 보험급여 목록 재정비 사업은 심평원의 뜻대로 될 공산이 커보인다. 심평원의 주장을 뒤집기에는 일개 업체들의 '정보력'이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까지 어떤 제약사도 "모든 스타틴의 심혈관계 예방효과는 동일하다"는 심평원의 '메타분석'을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닐 것 같은데 이상하다"는 식이다. 심지어는 "다른 저명한 학자에게 분석을 맡겨 결과가 달라진다면 어쩔거냐"는 식의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한 번 가져와봐라"고 맞받아쳤다.

사정이 조금 다른 업체는 '신약이니까 비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특허권이 살아있는데 당연히 비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특허권은 그 범위안에서 권리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지 보험약가를 비싸게 받을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란 측면에서 이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적법한 가격산정 절차를 거쳐 약가를 받았는데 이제와서 이야기가 왜 달라지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보험기준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이미 등재가 이루어진 약들의 기득권은 충분히 인정해주고 있다"고 심평원 관계자는 잘라 말했다.

'효과 대비 비싼 약을 보험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별등재방식의 개념인데, 선별등재방식 시행 전부터 사용돼 온 약의 경우 모두 퇴출시킨 후 다시 평가를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급적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엎어치나 메치나 같은 말이지만 심평원 입장에선 나름대로 '기득권'을 인정해줬다는 의미다.

믿을 건 역시 '소송' 뿐

한편 이번 사업의 파장이 회사마다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큰 제품들이 보험권에서 누락될 경우, 저가약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어, 아예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라 판단할 업체도 있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 리피토의 경우 정당 401원의 인하폭이 예상돼 연 2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노바티스의 레스콜은 10억원 미만, CJ제일제당의 메바로친도 20억원을 넘지 않는다.

여기에 프라바스타틴과 로바스타틴의 경우 이미 제네릭이 시판중인데, 이들은 이번 조치의 파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게 되므로 보험급여를 포기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아래 표 참조>.

즉 지나친 약값 인하를 감당하지 못한 '오리지널'이 퇴출된다해도 처방공백이 생기지 않는 것은 물론 제네릭에게는 오히려 시장확대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도 올해안으로 제네릭 판매가 시작될 것이므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 고지혈증 치료영역에 '심바스타틴만 남고 모두 자의반 타의반 퇴출되는 최악의 상황'만 현실화 되지 않는다면 심평원의 '경제성평가 사업'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이 사업이 방향을 틀거나 아예 저지될 수 있는 변수는 '소송'이 유일해 보인다.

업체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화이자(리피토)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크레스토)가 소송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전 법률 자문 결과 업체쪽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별등재방식 자체에 걸려 있는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할 경우, 그리고 이에 연동돼 이번 사업도 법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가름 난다면 고지혈증약에 이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고혈압·소화기 약물 등 '황금어장'은 제약업계를 다시한번 공황상태에 몰아 넣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각 성분별로 제시된 약가 인하율

 

심바스타틴20mg

로바스타틴40mg

프라바스타틴20mg

플루바스타틴40mg

아토르바스타틴10mg

해당 성분의
1일 평균소요비용

838원

1082원

1027원

994원

1239원

기준가

838원

인하율

0%

22.5%

18.4%

15.6%

32.3%

인하폭
(최고-최하)

0원-0원

301원-95원

198원-61원

155원(1개제품)

401원(1개제품)

*참고 : 성분별 평가인 만큼, 기준가보다 저렴한 제품도 성분별로 일괄 인하율을 적용받음. 마찬가지로 심바스타틴 성분의 제품은 기준가보다 비싸다해도 0% 인하율을 적용받음. 기준가 등 구체적 수치는 향후 약제평가전문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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