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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생명윤리법(안)공청회
[집중점검]생명윤리법(안)공청회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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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축면만 부각 연구 토대 가로막아"



생명공학 기술개발로 난치병과 장애를 극복할 것인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과학의 불확실성을 원천 봉쇄, 인권과 동물권을 보호할 것인가.
이런 팽팽한 논란속에 지난 22일 생명윤립법안의 근본 골격을 놓고 각계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마련됐다. 이날 공청회에는 서정선 교수(서울의대)와 전현희 변호사, 이세영 교수(고려대), 김상희 대표(여성민우회) 등이 참석, 각계의 입장에서 시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입장차를 보였다.

인간의 성체 간세포(자가세포)를 이용하는 연구는 허용하되 체세포핵이식 방법으로는 인간배아 창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는 생명윤리기본법안의 큰 골격에 종교계와 여성 시민단체는 대체로 수긍하는 태도를 취했다.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도 원천 금지해 `유전자 결정론'을 인정하지 않는 다소 강경한 윤리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윤리법 전반에 대한 생명공학 연구자들과 시민단체들간에 입장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명공학자들과 윤리·종교계의 첨예한 쟁점은 `인간배아의 연구와 활용'(22면 참조)에 관한 것으로 한시적인 인간배아 연구의 허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즉, 비록 폐기될 인간배아라도 잠재적 인간인 인간배아를 연구한다면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게 윤리·종교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우려에 대해 생명공학·의학자들은 지금의 생명윤리 운운 자체가 과장된 우려라고 일축한다. 이날 공청회 지정 토론자인 서정선 교수(서울의대)는 ``지금은 생명윤리학자를 양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위험성을 너무 우려한 나머지 생명윤리법을 너무 강경하게 만든 성급함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구체적인 위험성이 제시되지 않는 한 세포이식에 관련된 모든 연구는 허용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는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의 기본 골격을 마련하기 위해 위촉된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인 권혁찬 교수(을지의대 산부인과학)도 이날 `간세포 임상적용 과정' 설명에서 인간배아 연구와 성체 간세포 연구를 비교, 현재 배아연구 기술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며 ``성체 간세포만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분화조직 연구와 임상 연구가 필수적이나 이 연구는 전무한 상태로 성체 간세포 연구기술은 초입 단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성체 간세포를 이용한 실험도 동물실험에서 제한적으로 효과가 나타났을 뿐으로 간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실제에 비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도한 사회적 우려가 형성된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 검증도 되지 않은 배아연구 결과가 마치 국내에서는 확인된 안전한 치료법인 것처럼 마구 시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의 발언대로 현재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시작단계다.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사람과 동·식물 유전체 등을 통합 관리할 `국가유전체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2010년까지 국내의 생명공학 기술을 세계 7위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21세기 3대 기술로 선정한 정부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바이오 기술·산업 위원회'를 설치, 1차적으로 올해 모두 3,23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바이오 코리아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운 바 있다. 이에 앞서 99년에는 `인간 유전제 기능연구 사업단'을 설립, 2009년까지 총 1,770억원을 투자, 위암·간암 등 한국인 호발질병의 치료생존율을 현재의 20%에서 2010년까지 6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생명공학자들은 정부의 계획이 이번에 마련된 `생명윤리기본법'과 같이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생명공학자들의 연구·개발 의욕을 저해한다면 정부가 제시한 미래의 청사진은 결코 그려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청회에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세영 교수도 “이 법안이 `안전'에 관한 규정은 전무한 채 윤리만을 강조했다''며 ``배아연구는 분화와 발생연구를 토대로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응용해 발전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이를 금지하면 분화·발생연구와 같은 기초연구가 발달할 토대가 마련되지 못하며 결국 간세포 응용 연구도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생명공학·의학자들은 1,500명에 달하는 근육병 환자들과 300∼400만명에 달하는 당뇨병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배아세포를 연구해 필요한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으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연구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는 등의 추상적 사회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또 동물의 권리 등을 주장, 동물실험을 금지하자는 동물자유연대측의 주장은 생명공학기술이 생체에 투입돼야 하는 실험적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외에 생명공학자들이 우려하는 바는 생명공학기술의 역수입이다. 국내에서 생명공학기술 발달의 토양을 마련하지 못해 이 기술을 허용한 외국의 연구 결과를 역으로 수입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허용기준과 현실 접목 등에 문제의 소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다. 이점에 대해 전현희 변호사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전 변호사는 기술을 제재할 수 있는 법이 부재했던 우리 실정에서 `인간복제 절대 금지'라는 법안을 마련, 윤리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 의의라는 입장을 취하고 ``그러나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에서 허용된 연구 결과가 국내에 유입될 소지가 큰 상황에서, 외국에서 기술을 수입할 경우 외국의 기술적 사례를 제재할 기반이 마련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효용성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의 연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구체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범위하게 낙태를 규제했던 낙태금지제도는 현재 실효성을 잃어 사문화 돼 버린 실정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자들과 의학자들이 무제한의 연구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자들도 국내의 한 병원에서 배아를 복제한 사건의 해프닝을 경고하고 있다. 연구의 목적성이나 윤리적 지식이 없는 무분별한 실험적 시도와 불투명한 연구절차 하에서 발표되는 성급한 실험 결과 발표 등은 금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실제 한 임상교수는 외국에서 배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논문이 발표되면 임상에서 검증도 받지 않은 연구가 국내에서는 신기술인양 시술되는 국내의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윤리·시민단체들의 우려를 조성한다고 볼 수 있다. 소위 `비탈진 경사이론'처럼 인간이 배아를 연구하면 생명윤리법이 제재를 가해도 조작된 생명체를 자궁에 착상시켜 결국 인간복제도 가능하며 의외의 생물체가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따라서 윤리·신학자들은 인간의 생명은 조작불가능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비록 폐기될 배아일지라도 연구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여성시민단체들도 배아연구를 원천 금지시켜 배아간세포 연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과학기술부가 후원·제안한 생명안전윤리법시안이 인공수정에 관한 규제는 전무한 채 지침에 의해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이며 강제적인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결정론'을 금하고 있는 생명윤리기본법은 이에 따라 인간복제는 절대 금지함과 동시에 불임치료 외의 체세포핵이식 방법으로 인간배아 창출과 그 배아 연구를 금한다. 그러나 불임치료의 배아 간세포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 해 궁극적으로는 성체 간세포만으로 연구를 한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전자 치료의 경우도 생식세포와 수정란, 태아에 관한 유전자 치료는 물론 우생학적 목적의 태아 감별 등이 원천 금지돼 국내 불임센터 등에서 세포유전학적 진단법으로 실시했던 태아의 유전질병 검사와 치료는 전면 금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난치병의 유전질환에 관한 치료는 허용하기로 해 이 분야의 연구는 계속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발족된 생명윤리위원회가 6개월 간의 논의를 통해 마련한 생명윤리기본법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돼 생명과학 발전에 따르는 윤리와 안전 문제를 총괄하는 독립기구로 운영된다. 생명과학과 의학·윤리·신학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생명윤리기본법과 특허법 등 관련 법규를 제정함과 동시에 개정하며 모든 연구에 대한 허가권 및 처벌권을 갖는 등 생명과학 기술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철저히 간섭해 검증하는 강제적 성격을 가져 기구의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진교훈 교수(서울대 윤리교육학과)는 ``생명윤리법 시안은 5월 29일 전체위원회의를 통해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참고로 보완될 것''이라며 6월초에 법안의 중간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과학기술부 단독으로 마련된 안으로서 복지부가 준비한 `생명안전윤리안'과도 절충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 99년 의협에서도 `생명복제연구지침'에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생명복제연구를 허용하는 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어 의협과 과기부·복지부간의 의견조율이 남아있다.

올 가을에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생명윤리법(안)의 최종안은 결국 과학윤리를 중요시 해 현재의 무분별한 연구의 위험을 막기 위해 윤리적 검증을 통과한 생명공학기술만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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