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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특별기고] 월권 투성이 DUR

시론 [특별기고] 월권 투성이 D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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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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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소프트웨어 검사 등에 관한 기준 고시의 문제점

 전철수(의협 보험부회장)

1. 청구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적 오류

청구소프트웨어의 개념에 혼돈이 있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 사료된다. 청구소프트웨어라 함은 진료비심사를 위해 보험청구 명세서 서식을 전산을 활용해 작업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이란 의료기관의 진료내역을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요양기관이 사용하는 청구소프트웨어는 순수한 청구 전용 프로그램이 있고(치과·한의과·약국 및 의과일부에서 주로 사용),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에 청구 기능이 추가로 탑재되어 있는 것이 있다.

청구프로그램은 매우 단순한 소프트웨어여서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업체에서는 서비스로 청구소프트웨어를 끼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에는 청구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진료기록 전체가 청구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인식이다. 전자진료기록은 진료를 위한 것이고, 청구소프트웨어는 보험심사청구를 위한 것일 뿐이다.

이번 고시에서는 이러한 개념적 혼돈의 전제하에 모든 청구소프트웨어에 실질적인 진료기능의 탑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청구전용프로그램만을 사용하는 요양기관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부당한 규제를 가하고 있고(진료기록의 전산화 강제), 전자진료기록시스템을 사용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청구소프트웨어에 대한 검사만이 아닌 진료기록시스템에 대한 월권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2. 법적 근거의 문제점

1)보건복지가족부의 이번 고시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8조제2항 및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1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복지부령과 규칙은 심사청구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의 검사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의 심사에 대한 령과 규칙이라고 해서 청구프로그램의 수준을 넘어서는 진료기록시스템까지 검사·관리하고, 그 내용을 사용자의 허락 없이 직접 개조도 불사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2) 더구나 복지부 고시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의 범주를 넘어서는 진료행위에 대해서 까지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관련 진료행위, 국민건강보험법의 제한과 규제를 넘어선 개개인의 사적 진료행위에 대해서까지 자동적으로 심평원에 보고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월권적이다.

3) 복지부 고시는 약사법 제26조제2항의 법령에 따른 근거를 갖는다고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병용금기·연령금기 사항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판단될 때 약사가 함부로 조제해서는 안된다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청구소프트웨어에서 오직 인터넷만을 사용해서 실시간 혹은 매일 전송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4) 고시는 대부분의 의료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을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용자의 프로그램까지 강제로 개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산네트워크를 통한 비합리적 강요라고 사료된다.

5) 고시에는 아무런 예외 규정이 없다. 결국 모든 의료인들은 예외 없이 인터넷을 사용해 정부로부터 정보를 받아야하고, 사용하지도 않는 전자진료기록을 사용해야하며, 이것을 다시 인터넷을 통하여 보고해야하고, 그것도 실시간으로 혹은 매일 보고해야한다는 것이다.

3. 정보안전성에 관한 문제점

복지부 고시에서 다루어지는 정보의 내용은 금기 사항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만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적 사용의 근거를 제시하고 보고하도록 해 다루는 정보의 내용이 정보안전성과 관련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당국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고시는 현 단계 수준의 정보교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 진화를 통해 모든 정보의 교류를 의무화하려는 계획에 근거하고 있다. 현 단계 수준의 정보집적이라면 이것은 별도로 보고돼야 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미 개별 요양기관에서 매주 혹은 매월 청구 시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고시는 모든 처방정보의 집적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집적된 정보를 모든 의료기관에서 소통하게 되는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환자가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모든 진료정보에 대해 아무나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 병원 간 진료정보의 소통은 결국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해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환자의 이름과 주민번호정보만 획득하면, 병용금기 등 각종 금기사항과 관련해 관련 의료정보를 유추해 내는 것을 획기적으로 도와주게 되는 시스템이다. 결국 모든 환자의 모든 정보는 언제든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DUR 시스템의 단계적 도입을 통한 정보집적의 의도가 결코 없더라도, DUR관련 정보는 보험심사청구 정보가 아니라 환자의 진료정보이다. 이러한 정보가 별도로 보고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우선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동의하에 개별요양기관이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 우편·팩스·전화·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4. 요양기관의 사유재산에 대한 월권적 침해

1) 복지부 고시는 병용금기 제반사항에 대해서 요양기관의 청구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자료를 다운로드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별사용자의 동의와는 관계없이 프로그램업체로 하여금 이러한 기능을 탑재하도록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미 관련업체에 직접 지시했다.

이러한 행위는 개별 요양기관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복지부가 수시로 바뀌는 각종 사안에 대해서 효과적인 홍보수단을 강구하려면 여러 가지 다각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별한 방법만으로 시행이 필요하다면 현실적인 수용가능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개별 기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해 임의로 개조를 일삼는 것은 폭력적 침탈이 아닐 수 없다.

2) 복지부 고시는 진료내역에 대한 타임로그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요양급여의 기준으로 진료내역의 모든 시간이 요구된다면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개별 요양기관의 사유재산에 대해서 일방적인 개조를 요구하고 있다. 허위부당청구와 관련해 기재를 하도록 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이는 사유재산에 대한 지나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 타임의 적시가 필요하면 직접 기입하거나, 스스로 프로그램화해 사용할 것이지, 일방적인 개조는 월권이다.

3) 프로그램의 검사와 인증도 월권이다. 청구되는 자료가 규정에 맞게 청구되는 것에 대해서만 인증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그 프로그램을 검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이다.

4) DUR 시스템을 진료행위에 도입하는 것과 청구프로그램의 사용은 별개의 사안이다. 복지부는 청구프로그램에 DUR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사료된다. 복지부는 병용금기·연령금기 사안에 대해서 의학적으로 근거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고시만 하면 될 것이다. 의료인들은 매달 업데이트되는 책을 찾아보기, 별도의 전산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해보기, EMR 차트에 탑재된 DUR 시스템을 통해서, 처방전 발행기를 통해서, 또는 청구프로그램에 도입된 시스템을 통해서 등 각종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이는 개별요양기관의 형편에 따라 수행 할 수 있는 것이지 일방적인 수단으로 강요할 사안은 아니다.

5) 병용금기 자료의 송부 또한 개별 요양기관의 형편에 따라서 수행할 일이다. 긴급하게 송부돼야 할 근거가 있는 사안이라면 인터넷·전화·우편·전산매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송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송부프로그램 개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처방단계에서의 개입에 대한 정당성

복지부는 병용금기·연령금기 등과 관련해 의학적 타당성을 제시하면 이를 인정한다고 하고 있다. 다만 실시간 또는 매일 그 내역을 전송하도록 하고 있고, 이는 부적절한 처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현재의 정보수준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심평원의 전문인력의 역량으로 볼 때 결코 시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수적으로도 부족하고, 26개 전문진료과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사전에 방지하여 환자나 의사에게 연락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더구나 심평원에 보고되는 자료는 진료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것도 아니고 단지 병금금기 약제에 대한 약품명과 사유뿐이다. 이러한 자료로 무엇을 사전심사하겠다는 것인가.

병용금기 등에 대한 DUR은 이미 개별 요양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또 약국에서도 병용금기 사안이 검토되고 있고, 약사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의심처방조제금지법도 발효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전심사를 전제한 처방시 보고체계는 부적절한 것으로 사료된다.

DUR과 청구프로그램의 적정화에 대한 정부의 선량한 목적에 대해 우리는 존중한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요양기관의 정당한 권리가 지나치게 훼손되는 여러 방식들에 대해서 이제라도 새롭게 민주적·합리적 개선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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