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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촬영전문가면서 후새류전문가가 된 이유

수중촬영전문가면서 후새류전문가가 된 이유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8.03.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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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범(제주도 한빛정신과의원)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새로운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란 쉽지 않다.제주도에서 한빛정신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고동범 원장은 의사이면서 수중촬영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후새류전문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바다가 좋아 스킨스쿠버를 시작했고, 바닷속 생물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어 수중촬영을 하기 시작했을 뿐인데 후새류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호기심이 있으면 수집하고 찾아보는 고 원장의 타고난 성품 때문이다. 학창시절을 광주에서 보내고 1990년 정신과 전문의를 따자마자 제주도를 찾은 고 원장이 그로부터 15년간 1500회가 넘게 바다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봤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에 마음을 뺏기다

전라도 광주에서 나고 자란 고 원장은 본적이 제주도여서 학창시절 친구들과 제주도를 여러 차례 찾았다. 그 때마다 바닷가를 빠짐없이 찾았는데, 푸른 바다의 출렁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정신과 전문의를 따자마자 짐을 챙겨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니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그는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어 제주도로 내려갔다. 1991년 이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제주도의 물속에 풍덩 몸을 담궜으니 말이다.

"바닷속에 몇번 들어가다보면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는데, 흥미를 잃을 때에 맞춰 수중촬영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15년동안 1500번 정도는 물속에 들어갔을 겁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촬영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중카메라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후새류를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미기록종 찾아내 학명 붙이는게 취미

고 원장은 수중촬영전문가라는 호칭보다는  우리나라 미기록종을 찾아내 학회에 논문으로 보고하고 한국명을 확정짓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 소개해줬으면 했다.

그 이유는 전문가라는 호칭이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다면 당연히 전문가라는 호칭은 피할 수 없는 것.

고 원장은 수중촬영을 하면서 '후새류'와 '개오지붙이류' 두 가지 종을 분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고원장이 2006년 <한국후새류도감>을 발표하기 전에는 국내 소개된 후새류는 50종밖에 없었는데, 고원장의 손을 거쳐 후새류는 총 230종까지 늘어나게 됐다. 다시말해 180종을 고 원장이 직접 찾아내고 이름을 붙였다.

또 개오지붙이류는 기존에 5종밖에 없었는데, 이것도 지금은 33종으로 고원장이 28종을 찾아내 명명했다.

180종과 28종 이외에 패류 등에서 100종을 더 찾아내고 명명해 고원장은 총 300여종의 미기록종을 찾아내는 업적을 남겨 단지 취미로 수중촬영을 하고, 해양생물을 채집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요즘은 일본이나 미국등에서 도감을 찾고, 후새류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해양생물에 대해 많은 문의가 있단다.

국내서 유일한 후새류전문가

고 원장은 도감을 집필하면서 여러 학자들과 교류를 통해 자신이 채집한 몇개의 종은 학명이 없는 세계 미기록종인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 세계학회에 쓸 논문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세계학회에 발표할 논문을 쓴다는 것이 그에게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줄이고 아침 일찍부터 영어공부에 매진할 정도이니 그의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듯 싶다.

 

미공개 패류 1500여종 큰 자산

고 원장의 진료실에는 수중촬영장비와 슬라이드 사진 1만컷, 그리고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패류 1500종이 보존돼 있다.

인터뷰 도중 고 원장은 갑자기 열쇠 하나를 집어들더니 진료실 한쪽에 있는 사물함을 연다. 그리고 자신이 15년동안 수집한 패류 1500여종을 보여주면서 "우리 것은 돈주고도 못사기 때문에 제일 큰 자산이 아니겠어요?"라는 말을 남긴다. 좁쌀보다 작은 것부터 주먹만한 크기의 패류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없었다.

고 원장은 자신이 지금까지 수중촬영을 하면서 각종 해양생물을 수집하고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13년째 동업을 하고 있는 천자성 원장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며 고마운 맘을 전했다.

패류 한국명에 '동범산호살이고둥'이 있다

이렇게 자료가 풍부하다보니 고 원장의 도움을 찾는 손길도 줄을 잇는다. 얼마전에는 안산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후새류 유전자를 분석하는데 형태분류를 해줬으면 하는 부탁을 해왔다. 또 물고기 도감을 만들자는 학자가 있어 관련 사진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이밖에 2004년 발행된 <한국패류도감>에는 공저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그 도감 속에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패류도 소개됐다.

"민덕기 민패류연구소장(한국패류도감 책임 집필)이 미기록종에 대한 공로가 크다며 '동범산호살이고둥'이라는 한국명을 붙여주었고, 학회에서 인정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책을 볼 때마다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고 원장은 한국명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신종에 제대로된 학명을 붙여 인정받는게 새로운 목표다.

수중촬영전문가가 세계학회에 이름을 당당히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만큼 영광스런 일도 드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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