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심평원의 붕어빵 진료 강요에서 벗어나기

심평원의 붕어빵 진료 강요에서 벗어나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3.26 09:5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순성(서울성북구의사회장)

이미 규제에 잘 길들여져 있는 의사들이 연중 수시 실사에, 기획실사와 분기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날아 오는 통보서로 요즘 어깨가 더 쳐져 작아져가고 있다. 이게 다 평소에 독버섯 잡초 같은 극소수 부정청구자들을 제거 못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심평원에선 매년 4회 분기별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결과 통보서를 전국 개원가에 통보하고 있다.

평가방법은 항목별로 ①항생제 투약일수와 처방률 ②주사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제 처방률 ③투약일당 약품비 ④고가약 처방비중 ⑤처방건당 약품목수, 6품목이상 처방비율, 소화기관용약 처방률 ⑥NSAID 중복처방률로 구분 평가한다.

종합지표를 전분기와 당분기 %로 수치화하여 증감을 비교하고, 평가결과도 평균보다 낮다 또는 몇 %높다고 기록, 동일 평가군내 병원의 위치를 100등분 막대표시해서 통보한다. 학생이 시험성적표를 받거나, 운전자가 교통위반 범칙금통지서를 받는 기분이다. 평균보다 높다고 통보받은 의료기관은 낙제점수 받은 학생처럼, 현지 실사나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것이나 아닌지 전전긍긍 위축되어 제대로 쓰고 싶은 약처방을 못하게 된다. 항생제 지표가 높게 나와 1년전부터 거의 처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70~80%대로 높게 평가되어 죄(?)진 것 없이 걱정한다. 투약일당 약품비가 10% 이내로 싼 약만 처방했는데, 고가약 처방 비중은 85%로 평가되어 있어 어리둥절하다. 평가결과 통보관련 안내문에는 다빈도 상병별 지표값, 부신피질 호르몬제 상병별 지표값, 급성호흡기감염 지표값, 천식환자와 골관절염 약물처방 권고안과 협조사항이 포고문처럼 게재되어 있다. 심평원기관지·TV·인터넷 동영상에, 의사를 겨냥해 '약사용 바르게 바르게', '약! 바루바루', '사랑을 처방해주세요' 등이 홍보를 통해 의사들을 약에 대한 지식과 도덕성이 결여된 집단으로 과다처방, 오·남용의 주범인 양 선전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사들에게 상세진찰 필요 없이 증상만 듣고 제일 싼 약으로 최소품목만 처방하라고 요구한다. 처방권을 박탈(?)당한 회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겨울 의협의료정책최고위과정 수강을 하였다. 강사로 나선 모 시민단체대표는 강의 후 '의약분업성패'에 대한 질문에 '성공'이라고 대답하여, 그 이유를 묻자 전문 지식이나 근거 제시 없이 단순히 '항생제 오남용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에 실소했다.

의사 노예 만드는 각종 악법 및 저수가 개선, 과도한 삭감 저지 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비전문가들이 의사를 통제해 붕어빵 진료를 강요하는 족쇄에서 해방시키는 일'이다. 심평원·건보공단의 방만한 조직 슬림화, 불필요한 의료보장성 확대(식대, 휠체어, 지나친 노인보장성 강화 등)억제를 통해 천문학적 건보재정 적자를 해소시켜야 한다. '백화점 물건은 비싸도 깎지 못하고, 길거리 노점상의 콩나물 값을 깎듯' 작은 것에 몰두하는 그들이 어처구니없고 우리들의 현실이 서글프다. 수일 전 대학병원들이 규제·삭감에 반발하여 심평원측에 준법진료만 할 테니 결과는 책임지라고 압박하였더니 심평원이 한발 물러섰다는데 힘없는 개원가는 어떤 압박전술을 써야 좋을까?

새 대통령 취임으로 의료계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많은 미가입, 회비 미납회원을 끌어안아 강한 의협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의협 주도로 극소수의 부정한 의료인을 자율정화 소탕하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자.

심평원의 붕어빵 진료 강요의 부당성 홍보를 통해 여론을 일으켜,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고 소신진료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