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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대문제에 대한 의사의 역할

시론 학대문제에 대한 의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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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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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한양의대 교수 한양대병원 정신과)

학대 문제에 대해 의사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는 아동학대예방특별위원회를 구성하어 이미 수년째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성폭력 및 성학대와 관련하여 산부인과·정신과 등에서 성폭력전담병원·해바라기센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체계를 갖추고 의사들이 적절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가 성폭력/성학대·노인학대·이주민 및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학대 등에 대해 포괄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세계의사회(WMA)에서는 이미 1984년 '어린이 학대 및 경시에 대한 성명', 1989년 '노인학대에 대한 결의문', 1990년 '인권에 관한 결의문', 1996년 '가정폭력에 대한 선언' 등을 통해 각 회원국과 의사회에 이들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였다. 유엔산하의 세계보건기구(WHO)도 학대를 폭력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폭력과 건강에 관한 국제보고서'를 2002년 발간하였다. WHO는 의료인들이 왜 폭력 문제에 관여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였다. 첫 번째 질문에서는 먼저 의료인들이 폭력과 가까이 있고,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점과 폭력과 건강에 관한 연구와 예방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즉, 학대에 의해 사망·상해·정신사회적 후유증 등이 초래되는데 의료인들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가장 근접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해서는 일상에서의 개인수준, 프로그램 수준, 그리고 다른 영역과의 협력 수준에서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하였다. 다음은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학대문제에 대한 의사의 역할을 논의한다.

학대(이하 폭력과 동일하게 사용)는 학대의 성격에 따라 신체학대·성학대·정서학대·박탈과 방임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학대(혹은 폭력)의 대상에 따라 학대 유형은 자신에 대한 학대(자살 포함), 대인관계적 학대(가정 내-아동·배우자·노인; 지역 내), 집단적 학대로 구분한다. 주로 의사의 역할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학대,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정 내 학대가 가장 중요하다. WHO보고서에 의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역할로서 정확한 자료 수집을 통한 현황 파악을 꼽고 있다. 앞에서 논의했듯이 학대에 의해 사망·상해·정신사회적 후유증 등이 초래되기 때문에 의료인들은 정확한 사망 관련 자료를 작성함과 동시에 면밀히 그 원인 등을 분석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학대에 의한 여러 후유증, 개인 혹은 가족이나 사회적 영향과 부담을 파악하여야 한다. 평가는 생태학적 모형에 근거하여 학대받는 개인, 그 가족, 주변 지역사회, 및 국가 단위의 체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면밀하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한 후에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는 개인적 수준에서 건강한 태도와 행동을 증진시키는 교육, 각종 치료 등이 수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수준은 관계, 특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 양육에 관한 교육 및 훈련·멘토링·가족치료·가정 방문·대인관계 기술 훈련 등을 포함한다. 세 번째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대중교육을 위한 켐페인, 가로등 교체 등 물리적 환경 개선, 여가 활동 촉진, 경찰 대상 교육, 고위험 대상에 대한 프로그램 시행 등이 있다. 마지막 광범위한 활동으로 법률 및 제도 개선, 국제 협력, 빈곤 및 불평등, 가족 불안정성 등에 대한 정책 변화 등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의를 기반으로 학대에 대한 의사들의 역할에 대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대(폭력)를 공공 보건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둘째, 학대에 대한 교육, 훈련, 연구 등을 통한 지식 습득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의과대학 교과목 학습목표와 의사국가고시 출제 범위에 학대에 대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전공의 수련과정, 의사 연수교육 등을 통해 교육, 훈련을 해야만 한다. 관련 잡지에 학대관련 논문이 발표되어야 하고, 각종 세미나의 주제로 채택되어야 한다.

셋째, 의사들 각 개인은 습득된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 진료에서 학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대의 발견·평가·보고·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넷째, 의사단체·학회·기관은 의사 개개인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홍보하며, 관련 기관 및 타 영역과의 협력 및 연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한 예로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국 70여 곳 종합병원에 설치한 학대아동보호팀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단지 소극적인 의료의 영역에만 머무르기가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타 영역과 연계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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