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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21:27 (목)
부회장님,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십니까

부회장님,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십니까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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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 주차장. 시민단체와 백혈병환우회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다국적제약사인 BMS와 한국로슈가 백혈병약 '스프라이셀'과 HIV치료제 '푸제온'의 가격을 지나치게 비싸게 요구하고 있다며,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이를 인정해주지 말라는 것이다. 이 날 심평원에서는 이 약들의 가격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각 이해당사자들의 논리는 언론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만큼 반복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날 회의에 참석한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의 발언이다.

KPRIA 상근부회장인 이 분은 전경련 전무를 역임한 경제통으로 지난해 8월 KRPIA에 합류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심평원에 도착한 그에게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항의성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시위대를 향해 이렇게 되묻는다. "왜 그러세요?" 귀찮다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이해가 안간다는 말 같기도 하다. 그는 시위대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건물로 들어섰다.

KRPIA 부회장의 이런 태도가 KRPIA의 입장 혹은 BMS와 한국로슈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들려오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KRPIA 부회장의 '무심함'은 환자들을 바라보는 제약사들의 태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투자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는가' 혹은 '가격이 맞지 않다면 약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고집스런 태도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강조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특허 존중도 외쳐왔다.

그러면서도 작은 손해마저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은 그들에게 '환자의 접근권'이란 제약사들의 이익과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인가. 1년 순이익 수십억원은 그들의 회사 설립목적과 맞바꿀 만큼 중요한가. 약을 못 사먹어 죽는 환자가 있다면 제약회사는 그리고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그들은 이런 모순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KRPIA 부회장이 시위대 앞에서 "여러분들의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외쳤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인인 그가 다국적제약사를 대변하면 안된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표방해온 '접근권'이 사실은 '이익 최우선' 전략을 보기좋게 가리기 위해 꾸며낸 말이 아니라면, 최소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에게 "여러분을 이해합니다. 합리적인 결론이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란 정도의 대꾸가 정상이 아닐까 하는 것 뿐이다.

'왜 그러시냐'는 물음이 아직 업계 경험이 짧아서 '정말 모르기 때문'이라면 KRPIA 부회장을 한 번 만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자가 아니라 환자들이 말이다.

제약협회에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지정기탁제 시행에 불쾌감을 담은 공문을 보낼 만큼 대화를 중시하는 KRPIA이니 마다하지는 않으실 것 같다.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회사의 사장님이 회장으로 계시니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에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만남이 성사된다면 의협신문이 단독 생중계 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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