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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성공 여부가 '열쇠'
현지화 성공 여부가 '열쇠'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8.03.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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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차병원 신화'일궈 낸 차광렬 회장

차병원 그룹이 파산 직전에 놓인 미국 LA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인수한지 불과 3년만에 흑자로 탈바꿈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11월 미국 랭킹 2위 병원그룹인 '테닛그룹'으로부터 현지 병원을 사들일 때만해도 국내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LA할리우드 장로병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회생했고, 지난해는 500만 달러 흑자까지 기록했다. LA 대부분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더 값지다.

의료시장 개방 움직임 때문에 국내 의료계가 움츠러 들고 있는 현실에서, 선진 외국에 의료업을 역수출해 고용을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 들이며 국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세계화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좀체 해낼 수 없으리라고 여긴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병원계에서는 '미국판 차병원 신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으로 부터 비결을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엄청 힘이 들었습니다. 시행착오도 숱하게 했고요".

"어떻게  LA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살려 낼 수 있었느냐"고 묻자 정색을 했다.  차병원이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물론 아니다. 상 테닛그룹이 병원을 폭탄세일 하는 바람에 비교적 헐 값에 병원을 인수하긴 했지만 현지 사정에 어둡다 보니 매사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 허둥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지금은 현지 전문경영인을 병원장에 앉혀 놓았는데 다행히 경영을 잘해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단다.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고군분투했지만 텃세가 심한데다  경영 패턴과 문화가 국내와는 판이해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뒤돌아 보았다.

"병원 경영이 마음 먹은대로 안되니 불안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투자만 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다.    

"병원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해마다 100만 달러 정도 적자를 기록했던 터라 과연 잘 버틸 수 있을지 고심하기도 했지만 땅 값만 해도 다섯 배 이상 오르는 바람에 재정적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고 다행스러워 했다.

LA할리우드 장로병원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유명한 병원인데, 20여년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결국 차병원그룹으로 경영권이 넘겨 졌다. 건평 1만 2000평 규모에 450병상 규모로 병실은 모두 1인실이다. 외래 없이 모두 입원진료만 한다.

차 회장은 장로병원을 흑자로 돌릴 수 있었던 비결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엄청난 추진력과 예리한 판단력을 겸비해뛰어난 병원 경영자로 알려진 차 회장도 미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까지는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 했다.

"미국에서 병원을 경영하면서 한국식 사고방식을 고집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생을 할 만큼 한 다음에야 깨닫게 됐습니다. 큰 교훈을 얻은 셈이지요."

"병원 CEO는 현지 사정에 밝아야 하고 특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차 회장은 "반드시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천중문의대·차병원그룹이 LA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인수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포천중문의대가 배출하는 인재를 세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 인재들을 더욱 크고 세계적으로 성장케 하려는 채널로서 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이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다른 주와 달리 주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연구소를 갖고 있으면서 이 분야 연구에 남다를 열정을 보이고 있는 차병원 그룹이 LA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LA에서 한인들에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교민들에게 프라이드를 심어 주었다는 점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민은 현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아 왔는데 차병원그룹이 병원을 인수하면서 교민들에게 정성껏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하는 바람에 미국 병원들도 덩달아 좋은 대접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교민들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언제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미 확실한 위험 분산장치까지 마련해 놓고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차 회장. 이제 차병원그룹이 목표한 미국 진출의 교두보는 확실하게 확보한 셈이다. 교민사회 뿐 아니라 현지인의 평가도 좋다.

차 회장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심장센터와 암센터·줄기세포연구소 등을 집중 육성해 몇년 안에 '시더스 사이나이'에 버금가는 톱 클래스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무진 청사진을 제시했다.  차 회장의 신념에 찬 행보가 계속 이어질 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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