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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완요법 제도화 필요하다"
시론 "보완요법 제도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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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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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영수(예산명지병원 부원장)

최근 많은 나라들이 보완요법 관련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의료 소비자의 요구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난치병의 증가· 내성 균주의 증가·시민 의식의 발전·의료 비용의 증가 등 의료 소비자들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전인적인 치료를 요구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보완요법의 근거를 찾아 유의한 검증 결과를 보일 경우 주류의학에 포함시키고있다. 즉, 어떤 요법이든 적절한 평가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면 이는 제도권 내에서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를 두어 2000년 6830만 달러라는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다양한 보완요법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 오고 있다. 또한 효과적인 제도화를 위해 백악관 산하에 보완대체의학 정책위원회를 두고 행정적·법적 권고 사항과 정책 사항을 마련해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보완요법 관리를 위해 정부기구를 두고 있는데 영국의 경우 2000년부터 상원위원 산하에 대체의학 분과위원회를 두고 보완요법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보완요법 교육을 받은 의료인에 한해서만 보완요법 사용을 허용하고 있어 오남용에도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들이 보완요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한다는 점, 둘째 의료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전통의학과 보완요법을 서양의학과 함께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미국은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보완요법 시장의 선점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많은 비용을 보완요법 관련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의학이 전통의학으로 오래 전부터 제도화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보완요법에 대한 요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다. 하지만 한의학만으로는 서양의학을 적절히 보완하기에 부족할 뿐 아니라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진료 영역이 법으로 분리되어 있어 환자 치료에 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완요법의 정의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한의학이 제도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보완요법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요법 관련 제도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외국과 같은 보완요법 관련 정부기구가 존재하지 않으며, 의료계 내에도 관련 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보완요법 관련 학회가 아직 대한의학회의 가입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점도 이유이지만 보완요법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이중맹검연구 수준의 근거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시각도 중요한 이유라 생각된다.

보완요법 관련 정부기구의 역할은 개별 보완요법 평가와 분류를 통해 시술 주체·대상·시행 시기 등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국민들에게 보완요법 관련 효능·부작용·금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비의료인 보완요법사의 교육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보완요법 근거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지원하며,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근절책을 마련하는 것도 포함된다. 보완요법 관련 의료계 기구의 역할은 정부에 대한 자문, 의료인과 의과대학생에 대한 보완요법 교육, 보완요법의 근거에 대한 연구 등이다.

올바른 보완요법의 정착을 위해 관련 정부기구와 의료계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며, 기구를 만든 후에는 보완요법 제도화에 대해 논의하고, 보완요법을 교육하고 연구하여 실제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보완요법이 적절히 정착한다면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은 불법의료행위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에게 필요한 보완요법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비의료인 보완요법사들은 신분 보장과 함께 자신의 전공을 살려 환자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로 인한 실업 감소와 비용이 적은 보완요법의 활성화로 전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불법의료행위로 인해 누수되던 세금도 감소될 것이다. 의료계는 보완요법 정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고, 의료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환자를 좀 더 만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의료기관과의 경쟁에 대비할 수도 있다.

2010년 송도에 진출한다는 뉴욕장로병원은 동종의학·아유르베다·마사지 등 보완요법에 대한 프로그램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보완의학을 제외한 서양의학만 가지고도 외국 병원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병원들이 보완의학을 통합의학적으로 치료에 활용하는 외국 병원과 어떻게 경쟁할 지, 또 그 결과가 어떨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언제까지 보완요법의 제도화가 보완요법에 대한 무지와 인식 부족으로부터 기인한 일부 단체의 반대에 의해 정체되어 있지 않을 것임을 2008년 시행된 피부미용사 제도를 통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첨단의학과 이를 보완하는 보완요법을 함께 치료에 활용하여 좀 더 완성된 형태로 통합의학을 발전시킨다면 21세기 생명과학 분야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계도 새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보완요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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