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와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한국의학원 등 의약단체가 '지정기탁제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26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약사들이 뒷 돈 대주는 능력에 따라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행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정기탁제는 제약사가 학회에 후원금 등을 지원할 때 제3자에 맡기도록 하고 학회는 사업계획을 작성해 심사를 통과할 경우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개별 제약사가 각 학회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다양한 루트로 후원금을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빚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PPA·생동성 파문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번 지정기탁제는 학술자금 지원의 투명성을 높여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제약협회 회원사가 아니면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회원사와 비회원사 간의 마케팅성 기능 범위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회원사는 학술활동 지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으며, 반대로 비회원사는 전과 다름없는 마케팅 전략이 가능하다.
학회지원을 마케팅전략의 중심으로 놓고 있는 외국계 제약사들의 협회탈퇴가 이를 반증하는 사례다. 때문에 형평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규약 제정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학술대회장의 부스임대·학술지 광고·위성심포지엄 등은 제약사와 학회간 '상거래'로 간주해 지정기탁할 필요가 없지만 어디까지 지정기탁제 대상인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처럼 마련된 지정기탁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부사항 논의 등에 대한 의약계의 협조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