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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한 점도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됩니다"
"돌 한 점도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됩니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2.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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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300여점 종교단체에 기증한 유묘신 원장

우리 옛 말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이 있다. 콩 한쪽도 맘껏 먹기 힘들었던 시절에 그것마저 나눠먹을 만큼 이웃 간 정(情)이 깊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불어 사는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먹을 게 넘치는 풍족한 세상에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콩 한쪽처럼 먹어서 좋은 것 뿐 아니라, 보아서 좋은 것이나 즐기는 것 하나에 있어서도 나눔은 더없이 소중하고, 좋은 일이다. 이런 말도 있잖은가. "슬픈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고, 좋은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 

유묘신 원장(경기 성남·유묘신의원)은 최근 평생 모아 온 수석 300여점을 한 종교단체에 기증했다.

유 원장이 기증한 수석은 국제창가학회(SGI)에 기증돼 서울 구로 본관과 경기도 이천 평화공원, 제주도 한일우호연수원, 김천연수원 등으로 보내져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SGI는 앞으로 5년쯤 뒤에 흩어져있는 수석을 모아 박물관을 열 계획이란다.

그런데 그 수석이라는 것이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돌이 아니라, 수석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진기하고 희귀한, 보석만큼 가치있는 돌이다. 종류도 다양해서 내부에 12개의 호수를 가진 돌, 사방으로 골짜기가 난 돌, 어미새가 새끼에게 모이를 주는 형상의 돌, 연꽃 모양의 돌 등에서부터 보석의 원석, 고생대·중생대의 화석 등까지 크기와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수석은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입니다. 삼라만상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의 축소판이죠.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 만큼 그 가치는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이 아무리 공을 들여도 이렇게 못하겠다 싶을 만한 것들이에요."

사람들은 유 원장에게 "제자가 스승이 다 됐다"고 말한다. 수석에 취미를 두었던 남편을 따라 전국 곳곳을 돌며 수석을 보러 다닌 지 20년, 이젠 석질을 구별하고 미감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동안 들인 돈도 돈이지만 한 점 한 점에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부었기에 남에게 선뜻 내놓기 아까와 했을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런 내색없이 연신 싱글벙글이다.

한 점에 수 천만대에서 수 억원대에 이르는, 가격을 매기기조차 어려운 고가의 수석들을 흔쾌히 기증할 수 있었던 것은 유 원장이 나눔의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식에게 물려주기도 아까운 것들이에요. 주변에서도 기증한다니까 많이들 말렸지요. 그런데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괜히 자립의지도 없이 분란만 생기지 않겠어요? 여차하면 그냥 팔아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종교단체에 기증하면 좋은 일도 하면서 저보다 더 잘 관리해줄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잖아요."

주변에서 성공한 개원의로 꼽히는 그가 평생 모은 재산은 달랑 집 한채에 불과하다. 흔하디 흔한 차 한대 없이 걸어다니며 일을 본다. 그런 그의 얼굴에 언제나 미소가 떠날 줄 모르는 것은 아마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리라. 종교의 힘도 컸다. 유 원장은 SGI의 회원으로 45년째 수행을 계속해오고 있다. SGI는 전세계 190개국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묘법을 바탕으로 평화·문화·교육의 철학사상을 펼치고 있다.

"사람들은 불만과 불평 속에서 살지요. 나는 왜 부자가 아닐까, 왜 나에게만 이런 어려운 일이 생길까, 왜 불운이 겹쳐 오는 걸까 등. 하지만 저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오히려 즐거워요. 차만 해도 그래요. 두 발로 걸을 수 있어 행복하고, 걸으며 주변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고맙기만 해요."

수석을 기증하기 이전에도 유 원장은 지역에서 자선사업가로 이름을 떨쳤다. 한국장학문화재단에 1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부했고, 국제로타리재단의 저개발국가 어린이 문맹퇴치·질병예방 사업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성매매피해여성 등 사회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기꺼이 호주머니를 열거나 직접 무료진료에 나서기도 했다.

그를 보며 주위에선 '이제 좀 쉬어야하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하지만 유 원장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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