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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1.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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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신사와 손잡고 진료체험권을 발행하는 한의원 네트워크에 대한 고발성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해 주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의료인)에 소개·알선·유인·사주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진료체험권을 발행하는 행위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내용이었다.

진료체험권을 제시하는 환자에게 상담비조로 별도의 비용을 챙기는  한의원의 비양심적인 행태에 기사 쓸 거리야 넘쳤지만, 기자는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애매한 법 조항과 법을 집행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보건복지부 때문이었다.

명백한 환자 유인 수단으로 보이는 진료체험권도 한의원측은 유료회원에게만 발행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서 제한하는 환자 유인행위는 매우 포괄적이어서, 엄격하게 따지면 동네 의원에서 개원 선물로 수건 한 장을 돌려도 불법이다. 뿐만 아니라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쌍꺼풀 수술의 경우에도 수술 비용을 조금이라도 깎아주면 불법이다.

이렇다보니 드러내놓지 않았을 뿐 많든 적든  환자 유인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꽤있다.  이에 대한 처벌도 미미한 수준이다.

취재 과정에서 이번 사례의 불법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복지부 담당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해당 의료기관 관할지역 보건소에 고발하는 것"이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의료기관을 일일이 관할 보건소를 찾아 고발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처벌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에 그치고 말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이 조항은 의료광고마저 크게 허용하며 의료기관간 경쟁을 일부 인정하는 추세에 발 맞춰 시급히 개정돼야 할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은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그래야 법 집행에 따르는 불필요한 노력과 범법자 양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불법'은 엄연한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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