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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살리자

경주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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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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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애(서울 양천·한소아청소년과의원)

지난 연말 경주에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온 이후 처음이었으니까 거의 12년 만인 것 같았다.

휴가철이 아닌 이유도 있겠지만 명색이 연휴기간 중이었는데도 넓디 넓은 보문 단지가 한산하기만 해서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12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경주에 대해 여행 중 만난 한 기사 분은 그동안 지역에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푸념섞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나라의 수도로서 100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낸 곳. 현재 인구는 27만명이지만 신라시대 전성기때는 100만명의 삶의 터전이었던 경주는 지금은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서도, 그리고 국민의 인식에서도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지도 못한 채 남산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팠고, 휴가철이면 나라 밖으로만 몰려나가는 우리들 자신이 부끄럽기조차 했다. 하기는 초등학생 소풍지가 어린이 대공원이나 롯데월드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뭘 바라겠는가마는.

그러나 경주에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찾은 경주박물관은 선진국 수준에 가깝게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의사이신 '국은 이양선' 선생이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소장한 어마어마한 유물들을 경주 박물관에 기증하셨다고 한다. 또 석공이었다는 어느 이는 신라과학박물관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우리 문화의 과학적 우수성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비록 테마파크였지만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신라시대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유적지는 가는 곳마다 무료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경주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고, 어느 정도의 인프라는 구축이 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 관광객 유치는 고사하고, 국내 관광객의 유치가 우선인 듯 보였다.

우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이에 정작 우리 것은 쇠락해가고 잊혀져가고, 바로 우리의 아이들과 후손에게 물려주고 그 아이들이 누리도록 해줘야 할 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경주를 살리자는 것은 한 단면이다. 우리가 살려야 할 것은 너무 많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는 있다.

일단은 경주를 되찾자. 외국에 가서 쓸돈의 아주 일부분이라도 우리 국토를 위해 우리 문화를 위해 써야만 한다. 성수기 비행기표와 호텔을 구하고 여행 계획을 짜는 그 정성으로 적어도 한번쯤은 우리 것에도 눈길을 돌려보면 좋겠다. 우리끼리만이라도 올해를 '경주 방문의 해'로 정하자고 감히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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