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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5천억 시대…1조는 언제?

한미약품 5천억 시대…1조는 언제?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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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매출액 두배로…수퍼 제네릭 매출 호조 덕분
6천억 돌파에 고전한 동아제약과 같은 길 걸을까 관심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액이 5000억원을 조금 넘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성장률 18.6%로 수년째 두자리수 고성장이다. 4년만에 매출액이 두 배가 됐다. 이런 패턴은 5년전 동아제약과 유사하다. 2002년 5000억원을 돌파한 동아제약은 매출액을 두 배로 늘이는 데 5년 걸렸다.

여기서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은 한 제약사가 매출액 5000억원을 넘어서면 일종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동아제약은 5000억원 돌파 후 고전을 거듭하다 비로소 지난해 6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5년전 동아제약과 지금의 한미약품은 제품 구조나 성장동력 측면에서 상이하지만, 추가 성장을 위해 일종의 혁신을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에선 유사한 측면도 많다.

동아제약…박카스로 성장, 박카스로 하락

5000억원 이후 한미약품의 미래를 점쳐보기 위해 끌어올 사례는 업계에서 동아제약이 유일하다. 동아제약은 한미약품이 지난 5년 걸어온 길과 유사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직접 대입이 가능한 회사이기도 하다.

동아제약이 매출액을 급속도로 늘여온 90년대 말부터 2002년까지 주된 성장동력은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사업이었다. 1993년 광고가 허용되면서 박카스 매출은 폭증했다. 2002년 2000억원을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광고 허용은 박카스 뿐 아니라 이 회사의 주력 일반약의 매출 호조로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동아제약의 매출은 2년마다 1000억원씩 늘었고 2002년 5000억원을 넘어섰다(5490억원). 매출액 5000억원 제약사를 처음 보유하게 된 한국 제약업계는 "다음 목표는 1조원"이라며 희망섞인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의약분업과 수퍼제네릭 효과

'박카스'를 '제네릭'으로 치환하면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약분업 실시와 동시에 의원급 영업에 '올 인'한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 2004년과 2005년 각각 30%와 19% 급성장했다.

2004년엔 자사의 최대 히트작 아모디핀을 내놓았다. 화이자의 노바스크 성분을 일부 변경한 수퍼 제네릭 아모디핀은 지난해 매출액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매출액의 11%에 해당한다.

아모디핀은 발빠른 제네릭 개발로 시장을 선점하고 강력한 영업력으로 의원급을 파고드는 한미약품 전략의 대명사다. 아모디핀을 비롯해 이 회사가 내놓은 제네릭들은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며 회사 성장을 견인했다. 한미약품의 대표 제품 10개는 모두 제네릭과 슈퍼 제네릭이다.

동아제약…5년 고생하고 6000억 되다

2003년부터 박카스 매출은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더불어 매출은 다시 4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했던 동아제약은 다른 상위 제약사보다 1∼2년 늦었지만 의약분업 적응 작전에 들어갔다. 전문의약품 비중을 늘이며 개인병원에 영업을 집중하는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신약개발에 힘을 쏟고 수퍼 제네릭 개발에 본격 나섰으며 부실 해외사업부 정리에 들어간 것도 이 때였다.

그러는 동안 박카스 매출은 계속 하락했고 회사는 1년 성장, 1년 마이너스를 반복했다. 연초마다 6000억원을 넘겠다고 공언했지만 매년 실패했다. 지난해 비로소 매출액이 6350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5년만에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됐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성장동력 및 체질 개선에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회사는 자평하고 있다. 그 결과물은 50%대로 늘어난 전문의약품 비중, 수퍼제네릭 개발 및 시장안착, 성공적인 신약 개발 그리고 개인병원 영업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한미약품5년 고생이냐 업계 평정이냐

한미약품의 제네릭 전략이 올 해 혹은 내년 쯤 정점을 찍을 것이란 시각 혹은 징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아모디핀의 고성장 기조는 올 해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노바스크와 1:1 대결을 펼친 셈이지만 올 해는 노바스크 제네릭이 시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미약품이 고성장을 이어가려면 제2의 아모디핀을 만들거나 슬리머 같은 수퍼 제네릭을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아모디핀 만큼의 대박제품이 또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미약품도 잘 알다시피 앞으로 개발될 수퍼 제네릭 시장은 아모디핀이 속한 고혈압 시장과 같은 대형 블루오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모디핀에 자극받은 국내 제약사들이 온통 이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제네릭 사업은 더이상 정부의 의약품 정책에 주인공이 아니라는 현실도 한미약품으로 하여금 신규 성장동력을 개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일단 올해까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9일 공개한 2008년 경영계획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성장동력은 여전히 '수퍼 제네릭'에 머무르고 있다.

동아제약이 박카스 매출 감소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한미약품 역시 수퍼 제네릭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또다른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확인이 어렵다.

동아-한미, 다를까 같을까

두 회사가 상황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동아제약이 내놓은 지난 5년간의 신 성장동력을 한미약품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한 시점에서 그간의 성장동력에 한계점이 드러난 경우라면, 무엇인가 변화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 만은 유사해 보인다.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해서 두 회사는 어느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단은 신약개발이다. 한미약품의 2008년 경영계획서에 나타난 스케줄을 보면,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항암제 오락솔은 현재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다. 작년 이맘 때 발표된 경영계획서에 나온 내용에서 크게 변한 게 없다. 게다가 오락솔은 '신약'이라기보단 엄밀히 말해 '개량신약'에 가깝다.

동아제약이 변화의 원년으로 삼은 2002년 이후, 불과 수년만에 스티렌과 자이데나라는 성과를 낸 것에 비하면 적어도 신약 부문에 있어선 한미약품의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신약개발이란 전략으로 6000억원 시대를 열 수 있을까에 회의적인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번째 의견 일치점은 5000억원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끼는 지점이란 시각이다. 단순 기술수출이 아닌 완제품 그리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대안이란 말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선 한미약품도 할 말이 있다. 작년부터 수퍼 제네릭 슬리머를 완제품으로 호주에 팔기 시작했다. 기술수출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5800만불의 수출실적으로 이 부문 업계 최고다. 오락솔 개발에 적용되는 기술도 완성될 경우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유럽과 미국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한미약품이 선배가 밟은 고난의 길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혹은 업계를 평정하고 '제1호 1조원 제약사'가 될 지는 앞으로 5년의 행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5년은 제네릭 시장의 흥망여부, 신약개발의 기간 단축 그리고 국내와 다른 선진국의 영업환경에서 한미약품의 제네릭들이 과연 얼마나 잘 먹힐 것인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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