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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명박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시론 이명박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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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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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준(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전 보건사회부장관)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 8만 의사들에게는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표차로 국민의 지지를 받은 이명박 당선자에게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고 싶고 새 대통령의 영도하에 대한민국의 국운이 융성할 것으로 믿고 있다.

정권교체를 갈망한 다수 국민의 뜻이 투표에 반영됐고, 그 결과는 국민들의 분노의 표시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많은 의사들도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0년 간 정당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았던 각종 제도와 법으로 의사들은 고통을 받았고 아마 120년 전 현대의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후 가장 암담한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5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고 적어도 의사라는 천직에서 봉사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금 갖게 된다. 너무나 많은 문제들, 정치·경제·교육과 외교안보 분야의 잘못을 시정하는 데 새 대통령은 현실적이고 초인간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이기 때문에 의료보건 분야의 적패(積敗)를 고치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그리 용의한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기본 원칙을 잘 이해하실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몇가지 긴급하면서도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문제들 만을 열거하면서 새 대통령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1.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위기에 처해 있다.

전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혜택을 재정적인 부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당초의 국가적 목표가 그간의 실정과 잘못된 관리로 인해 퇴색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재정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재정 낭비가 도처에 있고 관리능력이 없는 지도자들에 의한 여러 잘못은 호도되고 있으며 의사들에 대한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압박과 연이은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피보험자들의 저항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또 의료 수가만 강압적으로 억제함으로써 건강보험이'discount ticket'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보험자 단체의 운영상 낭비와 불필요하게 늘어난 인적 팽창은 현 정부의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작은 정부와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공무원 조직으로의 개혁과정은 국영기업은 물론이고 보험자 단체도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낭비 요소를 의료비의 무리한 억제로만 덮으려고 하면, 의료기관의 운영상 문제와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되고, 사회주의 국가의 의료제도에서 볼 수 있는 취약성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근래 일본에서는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을 지나친 과로에서 해방하고 보수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 분야에 있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이 하루 속히 뿌리내리도록 호소하는 바이다.

2.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효과면에서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서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편하다고 느낄 뿐더러 의료보험 재정에 중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의약분업제도에 대해서는 한번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본 일이 없다. 이제는 제3자에 의한 평가가 반드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평가 과정을 기피해 온 지난 정부와 새 정부는 다르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해주길 호소한다.

3. 우리 국민들은 여러 악법 속에서 살고 있다.

당리당략으로 인해 잘못 제정된 법률도 있을 것이고 전문지식의 결여로 인한 과오와 외국의 현실을 잘 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악법도 허다하다. 의료관계법도 예외가 아닌데, 예를 들어 의료법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진료거부의 형사적 처벌' 조항도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의료기관에 있어 의사의 사유재산권을 무시하는 조항도 있다. 사유재산으로 건립된 병원 시설이나 기기 등에 대해 의사의 재산권을 초월하고 권력기관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부당한 명령을 내리면서 규제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병의원은 80% 이상이 민간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음에도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무소불위의 간섭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조항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달라지게 되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새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법률에 대해 민원이 있으면 공정하게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몰라서 좌시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간에는 노력해 보았자 불가능한 상태여서 속수무책으로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10만 의사들의 소원은 부당한 압박으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고 자유로운 지성인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는 자부심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정부의 부당한 압박과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적이고 고압적인 간섭에서 자유로워지고 선진국 수준의 의사들이 갖는  직업적인 권리와 자존심을 회복하기를 원한다. 오죽했으면 수많은 의사들이 여러번 길거리로 나서 환자들의 불편을 죄송하게 생각하면서도 궁여지책으로 파업이라는 비상수단을 통해 항거했겠는가….

새 정부에서 이런 극단적이고 불행한 현상은 말끔히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만해도 12월 19일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두서없이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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