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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즐거운 노력이 세상을 더욱 밝게 합니다
소소하지만 즐거운 노력이 세상을 더욱 밝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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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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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 최수전 과장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는 1991년 5월부터 마들사회복지관 무료진료 활동을 16년간 해오고 있다. 한달에 두 번 시간을 내어 근처 마들사회복지관을 찾아 환자들을 무료진료하고 말벗이 되어주고 있는 것. 이같은 활동에는 지역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상계백병원의 최수전 내과 과장은 상계백병원의 네이버라는 별명을 입증하듯, 진솔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진료에 여념이 없는 의료봉사회
의료 봉사는 상계백병원의 숙명
"저기 보이는 아파트가 몇 평짜리인 줄 아시겠어요?"

창밖으로 어렴풋이 아파트 세 채가 들어온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을 주저하고 있으려니 최수전 과장이 상계동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재차 묻는다.

"왜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하냐면, 저희 활동은 상계동의 역사와 그 맥락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최수전 과장의 말에 따르면 미아리를 포함한 성북구 지역은 예전부터 서울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미군의 작전계획, 일명 작계 5027로 인해 군사 보호 구역으로 개발에 제한이 컸고 그렇게 1988년 올림픽을 치를 때까지 고층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가 올림픽 이후에야 겨우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그야말로 '눈물의 미아리 고개'였다는 것이다. 노원구 역시 1988년 이후 장애인들을 우선으로 하는 8평가량의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섰으며 1500 장애인 가구가 모여들었다. 현재 북한에서 이주해온 새터민도 전국에서 제일 많아서 전체 새터민의 10%가 넘어간다고 한다.

상계백병원도 마찬가지로 1988년에 영구임대아파트의 바로 맞은편에 들어섰으며, 노원구에서 먼저 의료 협조를 요청받았다. 상계백병원의 '신우회'를 중심으로 뜻있는 몇몇 의사들이 격주 금요일마다 인근지역 복지관인 마들사회복지관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진료 활동이 벌써 16년을 훌쩍 넘겼다. 거의 매년 1000여 명 정도의 환자들을 돌보는 셈이니 그 수가 엄청나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볼 때 정말 세월의 흐름이 쏜살같다며 감탄하곤 한다.

"이런 의료봉사 활동은 상계백병원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복지관의 성격상, 그리고 지역 환경의 특성상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게 되지요. 새터민들도 적응해서 자립할 만하면 나가고 또 다른 새터민이 적응 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오잖아요…. 우리는 계속 해서 그렇게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겁니다."

주로 병원을 방문할 만한 형편이 안 되는 환자들을 비롯하여 소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환자들만 돌보다 보니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는 그들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이미 큰 병을 얻어 손쓸 도리 없는 환자나 여러 가지 검사에 제한을 받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깊이 절망하기도 한다.  

이들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의 활동에는 병원 측의 지원도 컸는데, 약값을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이비인후과는 물론 마취과의 통증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 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수전 과장은 이런 봉사활동에 있어서의 개인적인 부담은 비교적 덜한 편이라고 밝혔다.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는 소리 소문 없이 활동했지만, 이제껏 받아온 상이 꽤 많다. 최수전 과장이 1998년에, 전경란 수간호사가 1999년에 서울시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산부인과 조용균 교수, 내과 한성훈 교수가 같은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는 2004년 11월 제16회 아산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6년 11월 2006년 한국 자원봉사 대상 우수상을, 2007년 9월 3일 2007 서울사회복지대회에서 제5회 서울특별시 복지상 후원자 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서울사회복지대회는 사회복지유공자를 포상하고 사회복지활동을 장려하고자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인당후원회 활동, 나누면 행복+행복
상계백병원에서는 직원들의 급여에서 일부를 적립해 후원하는 '인당후원회'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매년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자선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소외된 환자들을 위해 쓰고 있는 것. 인당후원회에서 모아진 기금은 경기도공동모금회에 기탁, 관리되고 있는데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산백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기금을 기탁하기도 했고 지역사회의 아파트 부녀회에서 바자회 등을 통한 수익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진 기금은 외국인 근로자, 독거노인, 사업의 실패로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한 집안의 가장, 부모가 가출하여 돌보는 이 없는 소년소녀 등이 질병에 걸려 고통스러워 할 때 손을 잡아주었다.

"영국의 옥스팜 같은 단체를 보면 그 나라에 기부 문화나 자원봉사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죠. 조금씩 모아가는 게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다들 알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인술이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개인의 소소하지만 즐거운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고 결국에는 사회를 밝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별 것 아닌 작은 일이라도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최수전 과장이 뜬금없이 영화 '토탈리콜'로 화제를 돌린다.

"나는 토탈리콜이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그러죠. '내가 누구였나? 어느 편이 내가 속했던가?' 그러자 현자(賢者)가 나타나서 하는 말이, '과거에 당신이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지금 무엇을 선택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하거든요. 자원봉사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불씨가 공동체를, 우리나라를, 우주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게 봉사의 기본입니다. 선택하고 실천하면 되는 겁니다."

최수전 과장은 이런 봉사활동이 비록 사소할 지라도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일로써 세상을 더욱 밝게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소할 수 있지만 받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일에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동참하기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기를 희망하며 웃어보였다. 동참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크고 넉넉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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