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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와 환자선택권

선택진료와 환자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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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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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

지난주 보건복지부가 일반적으로 '특진제도'라 부르는 선택진료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앞으로 진료를 실제 담당하지 않는 의사는 선택진료 의사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된다. 또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20%는 의무적으로 비(非) 선택진료 의사로 지정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일단 선택진료를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 선택진료비를 부담케 하는 관행도 고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상의학과와 마취과 등 진료지원과목에 대해서도 환자들이 선택진료와 비선택진료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의원급 의사들은 별 상관없다고 무시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병원급 이상에서는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병원급 이상 선택진료 대상 의료기관 1329개 중 15.7%인 209곳에서 이미 선택진료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협회도 당장 반박 성명서를 냈다. 병원협회는 선택진료제도를 현안대로 고치면 대형병원에 환자가 집중될 뿐 아니라 병원의 재정상태가 악화된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내세웠다. 병협의 이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를 본 환자들이라면 병원의 주장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47개 대학병원 중 64%인 30개 대학병원에서 진료의사 전원이 선택진료 의사로만 지정돼 있었다. 다시 말해 비 선택진료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무늬만 선택'이라는 환자들의 항변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물론 병원들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전체 의사를 기준으로 80%까지만 선택진료 의사로 지정할 수 있는 법규를 단지 '악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탈법 불법이 아니라고 해도 편법이라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예방의학이나 생리학을 전공하는 의사가 당장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가. 1년 이상 장기연수를 떠난 의사가 진료현장을 지킬 수 있는가. 그런 의사들을 모두 포함시켜 80%를 채운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필자는 선택진료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아니,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선택진료제도는 필요악"이라고 했던 심정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하는 게 더 가까울 것이다.

만약 선택진료제도가 없다면 그렇잖아도 큰 병원에만 집중되는 환자들이 더욱 더 몰려들게 뻔하다. 모두 '명의'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아우성을 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더 많은 진료비를 내면서까지 '특진'을 받고 싶지 않은 환자의 선택권도 보장이 돼야 한다. 그런 권리가 박탈되면 환자들은 당연히 병원의 횡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까지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제도개선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직 7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병원은 수익이 줄어든다는 점만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 분명 현재의 선택진료제도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고 정부와 타협해야 한다. 정부 또한 마음을 열고 병원들의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도는 실효성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제도를 위반했을 경우 나름대로의 벌칙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정부와 병원계의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병원의 경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의원들의 경영상태도 악화되고 있다. 복지부는 새로운 제도로 인해 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려들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제도 개선안은 의료전달체계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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