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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대가 요청하는 의료윤리 과제

시론 시대가 요청하는 의료윤리 과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2.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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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

의학의 진보로 생명연장이 가능하고, 과학의 발달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사람이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이 물음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삶을 마감하는 그 시점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서  어떤 답도 내릴 수 없는 것인가? 선대의 많은 학자들은 이 물음에 대해서 다양한 결론을 내려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데 이견을 두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이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 '윤리'는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필요로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윤리적이기를 기대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묵과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윤리기준'를 이행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최소한의 윤리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아마도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 즉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기준에 따라 적법절차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대해 다양한 이견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제시한 기준이 분명하다고 단적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

현 시대에서 윤리적 행위가 가장 중시되는 부류는 아마도 '의사 사회'일 것이다.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마감하는 그 시점까지 함께하는 의사야 말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윤리적으로 성찰하고 또 성찰하는 대표적인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환자에 대해 의사의 직분을 선서로 표명한 이후로 지금까지 의사들은 그 어떤 전문가사회보다도 윤리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의사들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왜 의사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가져야 하는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의사는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전문직임에는 틀림없으나 다른 전문직과는 달리 일반인과 항상 대면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의료법에서는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해 의료행위에 대해 독점권을 부여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들은 부여받은 독점권으로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에까지 일반인들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일반인들은 자신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의사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받고 있음과 동시에 높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 고전적인 의료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윤리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의학 발전에 따른 신약임상시험과 배아연구 등에서 연구자로서의 연구윤리, 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한계 등 현실과 맞지 않은 법상의 문제들은 의사 사회가 새로이 봉착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의사가 연구자로서 연구윤리에 적합한 행위 수행 여부는 의사 사회가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또한 모자보건법 제14조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의 경우 현실과 맞지 않은 부분을 의사가 참여한 논의가 없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따라서 인공임신중절수술과 같은 고전적인 의료윤리 부분에 있어서도 의사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의사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존재로서 고전적인 의료윤리 문제 및 의학 발전에 따른 다양한 윤리 문제의 대두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는 대부분 '의료윤리'과목을 개설하여 예비 의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아직 의료윤리전공자가 부족하여 타 전공자가 강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의료윤리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데에는 합의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의료윤리 강의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의료윤리를 강의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윤리 교육이 시급하다. 현재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에서는 대한의학회의 의뢰를 받아 <전공의윤리교육> 학습목표를 개발·집필 중에 있다. 의료 현장에서 직면하는 의료윤리적 문제에 대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윤리 지식과 행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셋째, 의료행위에 대해 독점권을 부여받은 의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하고 있으나 해서는 안 될 50여 가지의 지침을 제정하는 것이다. 윤리가 선(善)과 악(惡)만을 구분 짓는 것은 아니지만, 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기준을 의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정도(正道)에 어긋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의 및 개원의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교육의 20%정도를 윤리관련 교육으로 대체할 것을 건의한다. 학생 시절부터 받아온 윤리교육은 학교 및 수련 시설을 떠난 후에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수교육에 윤리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치료기술의 최신지견을 습득하는 것 뿐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사들의 윤리교육도 다양화되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의사는 그 어떤 전문직보다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와 일반인이 윤리적일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 만큼 의사에 대한 기대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의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사의 윤리적 기대도는 높아질 것이다. 최소한의 윤리라고 볼 수 있는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만으로 윤리적임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법도 현대사회의 상황 변수에 따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의학기술에 따라 급변하고 있으나,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기에 이러한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윤리를 개발해 나가는 데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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