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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生과 餘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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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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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서울 중구·명동성모안과의원)

우연히 연락받은 의협신문 기자의 원고 청탁.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다른 선배님들의 글을 읽어 보면서 결국은 나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꿈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등.

간만에 본 영화 중에 '즐거운 인생'이 있다. 40대 중년 남자들이 대학시절 못다 이룬 꿈인 록그룹 '활화산'을 다시 결성해 늦게나마 꿈을 이룬다는 스토리였다. 네 명의 멤버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준 것은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꿈을 갖고 살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과의 투쟁을 극복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역시 그 꿈이었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이야기들을 한 감동적인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에 이렇게 감동받고 눈시울을 적시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인간적인 모습 때문일까? 나도 내가 못 이룬 꿈이 있어서는 아닐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의과대학에 입학해 온갖 꿈에 들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지, 남들보다 더 훌륭한 일을 많이 해야지, 더 많은 취미생활로 재밌게 살아야지…. 이러한 꿈들은 물론 수많은 시험과 수많은 책들로 6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졸업하면서 얻은 것은 자랑스런 면허증과 또다시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5년의 시간.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꿈'이라는 단어는 정말 사치스러운 소설 속 단어로만 여겨졌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매일 똑같은 의자에 앉아서 똑같은 환자들을 보며 똑같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때 배운 의학적 지식들도 이제는 아스라히 사라져가는 기억력의 저편에 있고, 얼마 전 들은 학회 세미나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도 우울해 진다. 왜 의사를 하나라는 질문과 함께.

물론 중간에 외도를 한적도 있다. 미국에 어학연수도 가보고, 결혼도 해보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그 어떤 과거 시간의 조각도 아닌 지금 현재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의사로서의 삶, 그런 일상적인 삶 말고 나의 남은 인생은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희망은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글을 쓰면서 잃었던 나의 꿈을 자꾸만 다시 떠올리고 있으니까. 하나씩 둘씩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해보며 그 행복함을 거름 삼아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제 해야할 일은 다시는 나의 꿈을 어떤 외부의 힘에도 빼앗기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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