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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와서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와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2.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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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포천중문의대 교수 분당차병원 통증클리닉)

면적 44만 7400㎢, 인구 2500만의 중앙아시아 중부에 있는 나라 우즈베키스탄! 무한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으며 과거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화려한 영화를 누렸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70년대 경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안타까운 나라다. 한국인과 같은 피가 흐르는 고려인이 전 인구의 1%를 차지하고 있어 더욱 가까운 느낌이 든다.

한국국제보건의료 발전재단의 의료지원팀은 타슈켄트에 도착한 다음 날 준비해 온 의료기구들을 들고 자동차로 1시간정도 떨어진 우르타치르칙 아동병원으로 달렸다. 1950년에 무용학원으로 개원했다가 아동병원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던 곳을 재단에서 전액 지원, 새로이 최신 시설로 단장하고 의료장비를 공급해 현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언청이 수술을 무료로 해 주기로 했다.
타슈켄트 보건국의 아타베코브 국장과 페로자 부국장이 파견돼 행사를 진두지휘했는데, 보건국의 모든 관료가 의사로 구성돼 있어 나름대로 국민의료에 관한한 전문성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나는 새 마취기계를 현지 마취과 의사에게 소개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면서 만성통증 환자 진료를 하기로 했다.

마취과 의사들은 특별히 우즈벡 정부에서 가장 뛰어난 5명을 선발한 사람들이란다. 특별 모집된 5명의 마취의사는 나름대로 자존심이 대단해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보고 있을 테니 하던 대로 마취해 보라고 하고 한국의사팀이 수술을 집도해 첫 수술을 시작했다.

첫 수술 환자는 구순열을 가진 2세 여자 아기였다. 수술 전 처치를 위하여 아트로핀을 근육주사하는데 굵은 바늘로 아이를 찔러 자지러지게 울게 하더니, 케타민과 판크로니움을 줘 재우고 기관삽관을 시도했다. 환자가 무호흡상태인데도 감시장치를 붙이지 않길래 모니터를 켜고 맥박산소포화도를 확인해 보니 80이하였지만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어찌어찌하다 첫 환자의 수술이 끝났지만 환자가 깰 생각을 안한다. 수술이 끝나고 30분이 지나서야 아기가 울기 시작하며 깨어났다. 나는 그들에게 가져간 기계에 대해 한번 더 설명하며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설득했고, 그들은 다음날 그 마취기계를 이용하는 것을 지켜보겠노라고 한발 양보했다.

다음 날 아침, 기계를 점검하고 환자를 살펴본 뒤 기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취방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환자 마취를 시작했다.

환자는 2세 여자환자로 구개열 수술이 예정돼 있었다. 환자를 울리지 않고 마취를 시작해 유지했으며,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곧바로 마취에서 깨어나는 광경을 보고 그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그제서야 새로운 마취방법과 기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우려 했다.

그래서 다음 환자는 우즈벡 마취의사인 하지베코브가 마취를 하도록 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그를 도왔다. 시간이 가면서 그들은 새로운 마취방법에 서서히 익숙해져 갔는데, 저녁 6시가 넘었을 때쯤엔 여러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마취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또 중간중간 허리통증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어 절뚝거리는 60대 남녀 환자에게 통증치료를 실시했는데, 관심이 있으면 보아도 좋다고 했더니 우즈벡 의사 몇몇은 관심을 보이며 주의깊게 관찰했다. 이후 우즈벡 의사들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 다음날은 아쉽게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돌아와서 듣자니 내가 가고 난 뒤에도 우즈벡 의사들이 서툴긴 하지만 별 무리없이 마취를 진행했다고 한다.

비록 현지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너무나 보람된 시간이었다. 한국이 이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인류를 위해서 뭔가 자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점이 가슴 가득 뿌듯했고, 이런 일에 많은 한국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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