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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평가는 왜 하는 것일까?
병원평가는 왜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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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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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2004년 8월 31일 필자는 '알맹이 빠진 병원 평가'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의료기관 서비스평가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였다.  

당시 필자는 의료기관의 평가가 시설과 같은 외적인 요소에만 너무 치중돼 있어 결과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몇몇 병원은 난데없는 시설 공사까지 벌였다는 점도 꼬집었다.  

복지부는 단단히 맘이 상했나 보다. 필자 기사에서 본질과 상관없는 일부 내용이 틀린 점을 문제 삼아 정정보도 요청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그 요청은 기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에 복지부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문을 두드렸지만 그 곳에서도 복지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기사에서 지적한) 8개 항목은 전체 3000여 개 항목의 일부로, 병원 평가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라는 반론보도문만 싣도록 결정했으며 정정보도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3년도 더 된, 해묵은 이 '사건'이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 전 보건의료노조에서 돌린 보도자료 때문이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평가 사업을 마친 40여 개 병원 중 16개 대학병원을 선정해 평가사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병원이 편법으로 의료기관 평가를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병원은 평가가 진행되고 있을 때 직원을 환자 보호자로 둔갑시켜 평가요원들의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또 평소보다 외래 예약 환자를 줄여 대기시간을 단축시키는 편법도 썼다. 환자 1명당 의료인력(의사와 간호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고 신규 입원을 받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고 한다. 임시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안내 업무 등을 맡긴 곳도 있었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일부 평가단은 병원 근처 호텔에서 숙식하며 병원직원들과 한밤 회식도 가진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평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복지부는 크게 놀라는 것 같지 않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한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이유다. 노조의 '폭로'가 과장됐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필자의 또 다른 기사가 떠오른다. 2006년 4월 21일 필자는 또 다시 "이런 병원평가 왜 합니까?"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때 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260~500 병상규모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최종점수와 순위는 쏙 빼고 항목별로 A~D 등급이 적혀있는 결과표만 공개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복지부는 "평가가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졌고 순위를 공개하면 병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얼핏 그럴 듯한 이유다.

그러나 복지부는 동시에 "소비자의 알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이 병원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난수표 같은 결과표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애초 목적이 소비자의 알 권리였다면 복지부는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했다. 병원 서열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그래서 필자는 또 다시 병원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복지부는 또 반발했다. 그러나 이전처럼 정정 보도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국정브리핑에 큼지막하게 반론을 실었다.  

필자가 만난 의사나 병원관계자의 거의 대부분이 병원평가 얘기만 나오면 이맛살을 찌푸린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들이 갑자기 시설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문제라고 하는데 복지부만 잘 돌아간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무원 여러분, 간청하나이다. 책상 앞에서 정책을 내놓지 말고 현장의 정서부터 살피시기를….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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