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 목록 정비 제대로 하라
보험약 목록 정비 제대로 하라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11.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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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등재약 재정비 사업'이 예정보다 6개월 정도 늦어지는 모양이다. 이번이 첫 시행이다 보니 평가모델을 구축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간략히 말해 보험급여 대상 의약품이라도 향후 평가를 통해 비용경제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 목록에서 빼버리겠다는 제도다. 퇴출되지 않으려면 약값을 내려 다시 평가를 받으면 된다. 지난해 발표된 약제비적정화 방안의 일환이며 올해 시범사업으로 고지혈증약과 편두통약 11개 성분이 평가받고 있다.

약효에 비해 비싼 약은 쓰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의 보험료를 대신 사용하는 정부의 책임이자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런 책임과 권리 행사가 가져올 예측가능한 부작용을 정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간과할 것이란 점이다.

일단 의학계는 보험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과연 '비용경제성' 하나 뿐이어도 괜찮은가를 지적하고 있다. 비용효과면에서 다소 열등한 약이라도 소수의 환자에게 필수적인 약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균형있게 해결할 것인가에 연기된 6개월을 적절히 사용해야 할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제약사들을 향한 정부의 자세다. 제약사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대충 이렇게 예상하고 있다.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아 퇴출을 통보받은 약은 약값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최대한 약값이 많이 내려가도록 하기 위해 도대체 어느정도 약값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협상의 기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약을 퇴출시키는 것보다는 그 약이 갖는 약효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것이란 점을 되새겨 본다면 이런 자세는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싫으면 빠져라'보다는 '빠지지 않을 방법을 논의해보자'는 전향적인 자세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제약사 입장에서 예측가능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정보를 최대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결정은 정부 입장에서 더 많은 약을 퇴출시키지 못하게 하고 약값을 더 많이 깎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양보한 것들이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쓰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억울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약을 제 때 적절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자와 의사의 선택권은 "몇개를 퇴출시키고 몇 %를 깎았다"고 홍보할 심평원의 보도자료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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