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환자가 '무능한 의사'로 매도할 때

환자가 '무능한 의사'로 매도할 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1.19 09:4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변형규

전공의 생활을 시작한 지도 2년 8개월에 접어들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있다. 가정의학과에 근무하는 특수성으로 인해 여러 과를 접할 수 있고, 특히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는 다양한 환자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중 환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중 하나는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약이 효과가 없어서 좀 더 큰 병원에서 치료가 잘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함을 가지고 왔다는 말이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우선 이러한 환자들은 대부분 이전에 들렀던 병원의 의사를 무능한 의사로 매도하는 경우가 흔하다. 간혹 우리 동료마저도 그 의사를 '무식한 의사', '기본도 모르는 의사'로 낮추어 말하는 경우도 보아 왔다.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의원급 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검사도 수월하게 한다. 의심스러운 질병에 대해 가능한 한 모든 검사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훗날 개원을 하거나 중소형병원에 근무할 경우 나에게도 같은 비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물론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실력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를 대하는 모든 의사의 마음가짐은 하나일 것이다. 환자가 아파서 병원에 온 이상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최대한 동원해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마음을 먹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날이 업데이트되는 의학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환자가 나에게 "이전에 진료한 의사가 처방한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불평할 때는 이렇게 이야기해주곤 한다. "모든 약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나타나는 부작용이 어떤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의 경우에는 그 처방이 효과가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약으로 바꾸어 복용해보고 증상을 관찰해 봅시다."

최근 수년간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우리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향후 경과에 대해 충분이 이해를 시켰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정부는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의사의 설명 의무를 조항으로 넣는다고 발표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법제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의사들도 이를 계기로 설명의무에 대해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몇 마디 더 설명해줌으로써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의료사고 방지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세다.

환자를 대할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이해하는 것, 또 현재 환자 질병의 상태와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게 의사와 환자 간 신뢰회복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