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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골맛을 알아?"

"니들이 골맛을 알아?"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7.10.2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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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진(경희의료원 신경외과교수)

경희의료원 지하1층 감마나이프센터. 진료실은 축구경기 10분전 선수대기실 처럼 긴장감이 감돈다. 일일이 스탭들에게 환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환자 가족들에게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의사가 있다. 임영진 교수(신경외과). 축구가 좋아 축구국가대표팀 팀닥터를 하고 있고,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의사축구단까지 만든 사람이다. 그에게 축구는 생활의 활력소며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도구다.

 

축구국가대표팀 팀닥터는 언제부터?

임영진 교수는 어렸을때부터 의과대학에 가면 꼭 축구국가대표팀 팀닥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정했을 만큼 축구에 대한 사랑이 컸다.

축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조직에서 축구팀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했던 임 교수는 1977년 경희의대 축구부가 창단될 때 지도교수를 맡고 중앙의대와의 라이벌전을 통해 그 명성을 서서히 알렸다. 또 그것이 계기가 돼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의무분과위원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행정업무를 주로 했어요. 의무분과위원회에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발목과 관절 분야에 전문가였기에 신경외과를 전공한 사람이 의무분과위원회에 들어갔으니 좀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의무분과위원회에 몸담고 있던 중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

"히딩크 감독은 경계심이 많았죠. 처음부터 팀닥터인 제게 무뚝뚝한 모습으로 일관했었요.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을 겁니다." 임 교수는 히딩크 감독의 첫인상을 그리 달갑지 않게 말했다.

"선수들과 골대도 같이 옮기고, 물도 날라주고하다보니 스탭으로 인정해줬는데 히딩크 감독은 그런것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선수들과 함께 공을 찰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서야 축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줄 알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구요."

2001년 칼스버그컵 대회가 끝나고 해단식 때 히딩크 감독은 우정의 표시로 자신이 메고 있던 호루라기를 선물로 줬고, 네덜란드로 가서도 가끔씩 전화를 하면서 팀닥터를 계속해줄 것을 권유했단다.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때 "몹시 흥분됐다"

이래저래 팀닥터 생활도 익숙해지고, 선수 및 감독과도 친분이 쌓이게 된 임 교수는 지난 7월 열린 아시안컵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뒷얘기였기에 귀가 솔깃했다.

한-일전때 베어벡 감독을 비롯해 홍명보·코사 코치까지 줄줄이 퇴장을 당하고, 벤치를 지키고 있던 사람이 두명있었는데, 비디오 분석관인 압신 코트비 코치와 자신이었다는 것.

"벤치를 지키고 있던 팀닥터가 선수들을 향해 고래고래 함성을 지르고 작전지시를 했다면 믿지 않을 겁니다"

임 교수는 벤치를 지키고 있을 때 몹시 흥분됐단다. "비록 팀닥터 이지만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벤치가 조용하면 주눅이 들까봐, 일부러 소리도 지르고 고함을 질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시안컵 때 이천수 선수와 있었던 일은 절대로 잊지 못할겁니다."

경기에 나가야 할 이천수 선수가 심한 편도선 때문에 체온이 39.8도까지 올라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진료했던 것.

"주사놓고, 약 먹이고, 얼음찜질을 한 결과 아침 10시가 돼야 열이 조금 내려갔는데, 이천수 선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컨디션으로 꼭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결국 후반전 20분을 남겨놓고 경기장에 나갔죠"

임 교수는 평소 이천수 선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팀닥터도 프로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단다.

이밖에 이영표 선수가 센터링을 해주고 이운재 선수가 골대를 지켜줬을 때 날렸던 슛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일로 꼽았다.

의사축구단에선 '센터포워드'

병원에서 진료하고, 축구대표팀 팀닥터를 하면서도 임 교수는 의사축구단을 만들었다.

"의무분과위원회에서 일할 때 일본 신경외과학회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신경외과학회에서도 축구팀을 구성해 경기를 치르자는 거였죠. 부랴부랴 축구팀을 구성해 일본으로 갔죠. 4대 1로 졌어요"

승부욕이 강한 임 교수는 그때 구성했던 축구단을 중심으로 1년 후를 준비했다. 다음 해 일본팀을 초청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두 번째 대회를 가진 것. 물론 4대 3으로 이겼다.

"신경외과학회에서 만든 축구팀이 지금의 의사축구단의 발판이 됐어요. 의사포털사이트에서 축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고, 그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정식으로 발족을 하게 됐으니 말이죠."

임 교수는 의사축구단에서 경기를 할 때 센터포워드를 맡을 만큼 골 결정력이 좋다. "골맛을 알기 때문에 축구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축구도 중독성이 강한가보다.

 

축구를 즐기는 법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를 잘 하고, 좋아하지만 관람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축구하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을 때 K-리그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어요.

또 축구를 하고 싶으면 조기축구회보다는 주변에 있는 축구 동호회를 먼저 찾는 것이 더 좋아요. 조기축구회는 잘 조직돼 있지만 차근차근 배우기도 힘들고 처음부터 경기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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