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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남거든 약국에 버리세요"

"약이 남거든 약국에 버리세요"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10.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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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감기에 걸려서 병원을 가면 보통 3일치의 약을 처방해준다. 그런데 약을 두 번 정도 먹고 나면 감기는 뚝 떨어진다.남은 이틀치의 약은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가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청소를 하다가 찾아내 쓰레기봉지에 집어넣기 일쑤였다.그래서 최근에는 남은 약 겉봉에 증상을 적어 놓았다가 다시 감기 기운이 있거나 하면 '재활용'을 하는 술수를 쓰기도 했다.

그동안 먹다 남은 의약품을 쓰레기 더미에 넣어 버렸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모인 의약품 쓰레기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다.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곳이 바로 환경운동연합이라는 시민단체다.환경연합은 지난해부터 "안 쓰는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수질·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며 "집에서 안 쓰는 의약품을 모아서 소각하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해 환경연합의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한 바 있다.서울시 종로구에서 실시한 '불용의약품 수거캠페인'에 나서 몇몇 의료기관에서도 수거함을 설치해 환자들의 안 쓰는 의약품을 모았던 것이다.이 폐의약품들은 시화호 부근 폐기물처리장에서 안전하게 소각됐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불용의약품 처리 문제는 어느 정도 매듭지어졌다.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환경부가 불용의약품 처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환경부는 대한약사회와 제약회사·도매상으로 구성된 반품협의체에서 불용의약품을 수거해 안전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처리비용은 제약회사가 부담하도록 했다.수거함은 약국에 설치키로 했다.아무래도 병원보다는 약국이 접근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다.실제로 지난해 환경연합의 캠페인에서도 병원보다는 약국에서 수거된 불용의약품이 더 많았다.환자 입장에서도 주로 1층에 위치한 약국에 불용의약품을 갖다 버리는 게 편하다.

그렇다고 캠페인이 시작된 지 일 년만에 의료계의 목소리가 쑥 들어가버린 게 안타깝다.캠페인 초반기에는 어떤 단체보다 더 적극적이었는데, 정작 불용의약품 수거 주체에서 밀리자 역할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도 보인다.

보건환경 문제에서 의사의 역할은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의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보건환경 운동에서는 든든한 지원력이다.환자에게 처방전을 내릴 때 "먹고 남은 약은 약국에 갖다 버리세요"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어떨까.폐건전지를 한 곳에 모아 버리듯, 폐의약품도 한 곳에 모아 버리는 국민습관.그 중심에 의사가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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