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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통해 교도소 장벽 허물어요"
"정신과 상담 통해 교도소 장벽 허물어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0.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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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규만 안동 류병원 진료부장

교도소의 높은 담을 넘어 인술을 전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안동 류병원의 전대형 부원장은 노준호 과장과 함께 안동교도소의 재소자들을 정기적으로 진료해왔으며, 이제 방규만 부장이 그 바톤을 이어받아 청송교도소의 재소자들을 돌보고 있다. 1999년 안동교도소에서 1년간 공보의로 활동하고 류병원 전대형 부원장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청송교도소는 물론, 지역사회의 노인과 청소년들에게 강의를 통해서 위안과 도움을 주고 있는 방규만 진료부장을 만나보았다.

재소자들 재범 줄이는 정신 상담
"처음엔 긴장도 많이 되고, 떨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온몸에 문신하고 심지어 수갑을 찬 채로 면담을 진행한 적도 있으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재소자들도 사람이잖아요. 대개 가정환경이 따라주지 못하고 버림받은 사람들, 제대로 배울 기회조차 누려보지 못한 사람들이죠. 그저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봉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이라는 방규만 진료부장은 의료봉사상이라는 타이틀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안동에서 정신과로 혹은 가정의학과로 유명한 류병원이 오랫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일에 그저 동참했을 뿐이라는 것. 하지만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풀어놓을 땐 어린아이처럼 눈이 반짝거렸다.

"재소자들이야말로 내과적인 진료도 중요하지만, 정신과 치료에 주력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상처입어서 상처 주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범죄 행위 자체에서도 상처를 받게 되고 말이죠. 까놓고 말하면 별천지에요. 일반 사회 구성원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교육 받지 못한 경우 대다수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다.

방 진료부장은 현재 청송교도소의 재소자들의 적응장애·불안장애·우울증 등을 선별하고 분열증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재소자는 정신과 의사가 상주하고 있는 교도소로 보내주고 있다. 신환을 상담하고 오래된 환자들의 약 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저 진단 잘 받아서 편한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재소자들도 많아서 진짜 환자를 골라내는 데 어려움이 크죠. 협박도 받아봤어요. 괜한 시비 같은 건데, 이를테면 나가서 다시 보자는 얘기도 하고…. 병원으로 협박 편지가 온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등골이 오싹했죠."

방 진료부장은 단순한 진료 외에도 자살 예방 교육 등의 강의에도 주력하고 있다.

재소자뿐만 아니라 현장 근무자들에게도 대화지침이나 선별방법을 알려주는 일로 주로 직업훈련소에서 훈련받고 있는 재소자들이나 교도관들이 함께했다.

"전국적으로 아픈 재소자들은 3000명 가까이 될 텐데 공중보건의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죠. 정신과 전문의로서 눈에 보이는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바깥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보람찹니다."  

재소자들에게 상담과 진료를 받는 시간은 짧지만 외부와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비록 신세 한탄이나 하소연에 그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방 부장의 굳은 믿음이 재소자들을 교화시키고 재범을 막는 진정한 치료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정신과 의사 될 터
"음…, 글쎄요. 그러고 보니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군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정신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 마음이 궁금하더라고요. 또 솔직히 응급상황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하하."

단순한 호기심에 기자가 정신과를 전공한 이유를 묻자 얼굴을 붉히며 고민에 싸였다.

"정신병원과 관련해서 인권 이야기 참 많이 나왔죠. 밥은 삼시세끼 다 나오느냐, 말을 안 들으면 약 억지로 먹이고 때린다던데 사실이냐 묻는 사람들도 있고, 아직도 편견을 가진 사람이 참 많아요. 정신과 전문의로서, 류병원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그런 편견을 어느 정도는 없애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안동 류병원은 정신과 의사만 6명으로 정신과 파트가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 내과와 신경·가정의학과로 나뉘어져 있다. 경북 쪽에서는 지역사회의 정신과 전문 병원으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알코올 중독자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입원 환자들이 대다수이며, 안동탈춤축제 등 지역사회의 행사 주최에도 일조함으로써 병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려 애써왔다.

"아직도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많잖아요. 정신분열 하면 무슨 낙인찍흰듯이 대하고. 지금은 홍보가 많이 되면서 조기 치료의 중요성이 일반화되고 있는 과도기입니다. 이럴 때 저희 정신과 의사들이 더 노력해야 되지 않겠어요?"

방 진료부장은 그래서 정신병에 대한 홍보에도 주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안동 50사단 자살예방교육은 물론 고등학교 청소년 정신 건강 교육과 안동시 정신보건 센터의 약물 교육·가족 교육 등 달력에 빼곡히 적힌 스케줄을 보니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방 진료부장은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은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 방 진료부장이 서둘러 다음진료를 준비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정신과라는 전공 특성상 필요로 하는 곳이 참 많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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