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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디핀은 되는데 프리그렐은 왜 안되나
아모디핀은 되는데 프리그렐은 왜 안되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10.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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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선별등재 시행 후 잇단 보험등재 실패에 충격
"정부가 연구개발 의지 꺾는다" 비난 목소리 높아
"제도변화·정부의도 파악해 새 전략 짜야" 의견도

종근당이 세계 최초의 플라빅스 개량신약이라고 내놓은 '프리그렐'이 최근 정부에 의해 보험등재를 거부당했다. 이에 앞서 대원제약의 소염진통제 '펠루비정'도 보험급여를 받지 못했다.

국내제약사가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기 앞서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던 '개량신약 전략'에 빨간 불이 켜졌다. 혁신적 신약은 아니라도 나름대로 공을 들이면 정부가 '알아서' 대접해줄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는 것을 벌써 두번이나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개량신약은 그 개량신약이 아니다

정부는 올해 들어 단 한개의 신약도 보험에 올려주지 않았다. 이는 국내사나 외자사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녹록치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사들은 정부를 믿었다. 보건복지부가 개량신약에 대해 오리지널의 80∼120% 값을 쳐주겠다고 발표하자 국내사들은 이를 '개량신약 육성책'이라며 반겼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이는 잘못된 '해몽'에 불과했다. 정부가 말하는 개량신약과 제약사들이 그간 '알고 있던' 개량신약은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상 차이가 생긴 연유는 개량신약 붐의 원조 '아모디핀' 발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아모디핀은 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에서 염(salt)을 치환한 제품이다. 회사측은 이를 '개량신약'이라 불렀지만 사실상 염에 대한 특허보호를 피하기 위한 전략의 산물이었다.

어찌됐건 아모디핀은 한미약품 고유의 파워풀한 영업과 제네릭 없는 오리지널과의 '1대 1' 경쟁에서 선전하며 한 해 500억원 가량 팔리는 블록버스터가 됐다. 이에 자극받은 국내사들이 너나할 것없이 '개량신약' 전략에 뛰어들었고 이 때부터 '개량신약'은 '더 나아진'과 '성분을 바꾼'이란 의미가 혼돈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종근당, 제2의 아모디핀을 꿈꿨지만….

아모디핀이 개량신약으로서 퍼스트제네릭 수준의 약가를 받아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엄밀히 말해 노바스크보다 '나아서'도 아니고 '단순히 성분을 바꿔서'도 아니었다. 또 오로지 당시가 '선별등재방식' 시행 이전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는 오리지널인 노바스크의 특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값싸고 비슷한 약이 나왔으니 '재정안정화'에 도움이 되겠다 싶던 정부의 기대 때문이란 게 더 정확한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프리그렐의 등재 실패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값싸고 동등한 효과를 가진 제네릭이 많은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특별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할 수 없는 프리그렐에 회사측이 원하는 가격(퍼스트제네릭 수준)을 줄 리 만무하다. 그래서 협상은 결렬됐다.

물론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가치판단은 회사와 공단이 다를 수 있겠으나, 프리그렐의 임상적 가치는 심평원 심사에서 '나아진 게 없다'고 이미 결론난 상태였으며 회사측은 공단과의 협상기간 중 추가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론은 "돈이든 약효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종근당 뿐 아니라 개량신약을 국내사의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는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헌법소원을 통해 새 약가제도를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신약개발조합도 "이런 식으로 국내사의 연구개발을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독점 오리지널에 경쟁하기 위한 '실제' 개량신약 개발도 요원하다"고 했다

하지만 프리그렐 사례를 정부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개량신약 전략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탓할 게 아니라 정부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전략으로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프리그렐의 경우도 월등한 약효 개선이 힘들다면, 특허회피를 통한 재정안정화란 목적이라도 부응할 수 있었다면 등재가 가능했을 것이란 의미다. 그는 "결국 프리그렐은 변화된 약가제도와 정부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미숙한 전략'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종근당과 협상에 참가했던 건보공단 관계자도 "아모디핀이 퍼스트제네릭 수준의 약가를 받은 것은 임상적 유용성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노바스크의 특허를 피해 좀 더 빨리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했다"며 "그러나 프리그렐은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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