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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또 쓰면 '연당체' 나오죠"

"쓰고 또 쓰면 '연당체' 나오죠"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09.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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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서울 영등포·서울의원원장)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가 한강대교 근처에 다다르면 오른쪽에 '대한의사협회'라는 파란색의 간판이 보인다. 또렷하고 단정한 예서체의 주인공은 박영옥 원장이다. 붓과 벼루를 잡은 지 30여년이 넘도록 전국 곳곳에 자신의 필적을 과시한 박 원장은 붓글씨를 "한 번 그으면 끝"인 인생과 같다고 말한다. 덧칠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붓끝의 당돌한 질주. 한 번 나아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닮았고, 덧칠해서 대충 메울 수 없는 인생을 은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 원장의 글씨는 힘이 넘쳐난다. 그의 글씨를 가까이서 보면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맛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생에 대한 힘찬 도전력이 글씨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나는 글을 쓸테니, 너는…"

박 원장의 교육열은 남달랐다. "엄마 이게 뭐에요?"라고 과제물을 들고 오는 아이들에게 그는 늘 '무슨 백과사전 어디를 찾아보면 나온다'며 일찍이 '자료검색' 습관을 길러줬다. 그래서 아이들은 박 원장을 '백과사전 엄마'라고 불렀다. 아들(현재 서울의대 교수)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에 젖은 수건을 소파 등걸이에 걸어두고 선풍기 돌렸고, 발을 찬물에 담게 한 뒤 공부를 시켰다.

그러면서 서예를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글씨나 그림에 소질을 보였던 터라 붓을 잡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이들의 공부를 지켜보면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에는 붓글씨가 제격이었다. 그는 화선지를 앞에 두고 한 일(ㅡ)자부터 써가기 시작했다. 차츰 재미도 붙고 집념이 생겼다. "무슨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마는" 박 원장의 성격이 붓을 놓지 않게 했다. 저녁 내내 쓰다 보면 병풍 8자를 완성하기도 했다.

혼자 시작하다가 문화센터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시작했다.

그 뒤 전국예술문화대상전 등에서 소소한 상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가다가 1988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입선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이 대회는 서예가로서 인정을 받는 등용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원곡 김기승·무림 김영기·강포 김상용 등 훌륭한 스승들을 만나며 붓글씨에 '박영옥스러움'을 담기 시작했다. 단순히 '잘' 쓰는 게 아니라 '힘'을 담아 쓴 것이다. 그 '힘'은 박 원장 개인의 색깔과 분위기를 한껏 담은 독특하고 개성있는 글씨체로 바뀌어 화선지 위에 수놓였다.

적막 속에서 고요를 느끼다

그의 글씨는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정중동(靜中動)의 힘이 느껴진다. 힘찬 붓놀림이 느껴지면서도 부르럽고 정연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박 원장이 서예에서 느끼는 매력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저는 원래 성격이 급한데, 서예를 하다보면 적막한데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게 돼 아주 좋아요. 잘 안 써지면 버리고 또 쓰고 버리고 또 쓰고…. 유화는 덧칠할 수가 있지만 붓글씨는 한 번 획이 나가면 그걸로 끝이에요. 적막한 가운데 긴장을 하는 게 아주 매력이에요."

그의 '힘'이 전국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충남 목천에 있는 유관순 열사 추모시비 12개는 그의 작품이다. 수많은 절의 간판, 영등포 구민회관 귀빈실, 모교인 고대 안암병원 등 곳곳에 그의 작품이 있다.

평단에서는 그의 글씨를 보면 혀부터 내두른다. "남자보다 더 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의 호는 '연호(蓮湖)'에서 '연당(蓮堂)'으로 바뀌었다. 여성스러운 호수보다는 위풍당당한 집의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고 해서 스승이 바꿔준 것이다. 다양한 서체를 능수능란하게 쓰고, 박 원장만의 '기운'이 넘쳐나는 글씨. '연당체'라 이름붙여도 좋을 듯하다.

 

"좋은 글씨를 쓰려면!"

"붓을 고를 때는 털이 부드러우면서 붓끝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좋아요. 글씨 연습을 할 때는 왕희지 등의 고서체를 그대로 베껴 쓰는데서부터 시작하면 돼요. 쓰고 찢어버리다를 반복하다 보면 나만의 멋이 담긴 글씨체가 나와요. 너무 멋만 내려고 하다 보면 중후한 맛이 떨어집니다. 일단 많이 연습하면서 글씨의 맛을 익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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