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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주범은 잡지않고 뭐하나?

리베이트…주범은 잡지않고 뭐하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09.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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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PMS)을 빙자한 리베이트가 횡횡한다는 방송 보도 이후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PMS(시판후조사)는 제약사가 신약 출시후 부작용 모니터링을 위해 병의원과 계약을 맺고 자료를 취합해 식약청에 보고하는 제도다. 보도는 제약사들이 이를 악용, 사실상 병의원에 랜딩비 혹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지적인가. 그리고 그 책임은 본질적으로 누구에게 있는가. 제약사가 처벌받고 의료인이 또한번 이미지 구기면 해결될 일인가.

PMS 제도는 고장난 신호등과 같다. PMS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식약청 고시는 논란의 핵심인 사례비나 증례수 제한 등에 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고장난 신호등이라기 보단 횡단보도 조차 없는 도로란 표현이 더 맞겠다.

신호등 없는 길을 건넜다고 '사실상 무단횡단'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 길이 신호등이 필요할 만큼 위험한 곳이라면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아 주민의 안전을 위협한 구청직원이 감봉대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돈을 받은 의료인은 매우 합당해 보이는 변명을 할 수 있다. 의료인은 PMS라는 다소 귀찮은 작업에 동참해 받게 되는 사례비가 정당한 업무의 대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사례비가 얼마여야 하는지 또 이를 정하는 규정은 있는지 조차 아는 의료인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의 업무가 1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제도를 부실 관리해온 보건당국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몇년간 본지와 일부 양식있는 의료전문지는 수차례에 걸쳐 PMS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약협회나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사례비는 5만원, 증례수는 규정의 1.5배 초과 금지 등 나름대로 자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PMS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원활하고 투명하며 그 목적에 부합해 운영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보도는 PMS 제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리베이트라는 말초적 이미지에 기대 의료인과 제약사를 향한 맹목적 비난을 쏟아붓기 보단, 보건당국의 무책임과 무능함에 논의를 집중하는 편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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